벌써 36년 전입니다.
남아공 더반 사각의 링에서 아널드 테일러를 상대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이 더반에서 나이지리아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다고 하니 더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당시 링에 오르기 전 저는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호텔 주인이 고맙게도 준비해 준 경기 필름이 전부였죠. 그런데 또 막상 1회전에 나가서 붙어 보니 할 만하더군요.
태극전사들도 승부에 대한 부담감과 낯선 환경 탓에 긴장이 많이 되겠지만 막상 더반 스타디움을 밟으면 잘해내리라 믿고 또 믿습니다.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길이 보일 것입니다. 36년 전 저는 '그냥 이기면 된다. 평상시 경기와 똑같다. 사나이 대 사나이로 싸워서 이기면 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넌 고양이고 나는 호랑이야'라며 주먹을 뻗었죠. 그때와 마찬가지로 올해가 범의 해 아닙니까. 간단하게 생각해야 큰 힘이 나옵니다.
축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조금 자신감이 없어 보여 안타까웠습니다. 북한도 브라질을 상대로 당당히 싸우지 않았습니까. 나이지리아전서는 위축되는 일없이 싸우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한 골 먼저 내주고 되받아 쳐 이긴 적이 많죠. 물론 편하게 이기면 좋겠지만 혹시나 수세에 몰리더라도 기죽지 않고 역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더반에 승리의 씨앗을 뿌렸듯 허정무 감독도 남아공월드컵에서 또 다른 씨앗을 뿌리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16강을 넘어 8강, 더 나아가 4강, 결승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가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전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ㆍ주니어 페더급 챔피언 홍수환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1974년 7월, 이역만리 남아공에서 들려 온 생생한 승전보는 전국민의 마음을 적셨다.
홍수환(60). 그의 이름은 한국 스포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석자다. 비행기를 6차례나 갈아 탄 끝에 입성한 미지의 땅에서 홍수환은 한국 복싱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15회까지 가는 공방 끝에 얻어 낸 집념의 승리. WBA 밴텀급 챔피언 벨트를 거머쥔 홍수환에게 그의 어머니는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대한국민이 홍수환이 울린 승전고에 만세를 불렀다.
1977년 11월. 홍수환의 펀치가 다시 한번 전국민의 가슴을 쿵쾅쿵쾅 흔들었다. 파나마에서 열린 카라스키야와의 WBA 주니어 페더급 챔프전서 4차례나 다운을 당하고도 이겼다. 2회전서 4차례 다운 뒤 3회전 KO승. '4전5기의 신화'는 그때부터 언제나 그의 이름 앞을 떠나지 않고 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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