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커에게나 골키퍼에게나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이 요구되는 페널티 킥. 지면 그대로 짐을 싸야 하는 16강전부터는 놓치면 나락이요, 막으면 영웅 탄생이다.
남아공월드컵에서는 큰 변수가 하나 있다. 부부젤라(Vuvuzela)다. 120데시벨(dB)을 웃돌아 여객기 소음에 맞먹는 부부젤라는 그 동안 특히 선수들에게 천덕꾸러기였다. "경기 때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 "일어나자마자 들리는 부부젤라 소리에 제대로 쉴 수도 없다" 등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26일(한국시간) 16강전부터 시작되는 결승 토너먼트에서도 부부젤라의 악몽은 계속 될까. 텔레그래프는 "16강전부터는 승부차기를 포함한 페널티 킥 때 관중이 부부젤라 사용을 자제할 것"이라고 21일(한국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입장 때 운영 요원에게 부부젤라를 맡기게 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는 이번에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남아공월드컵 조직위원회의 미디어 담당자는 "그 동안의 경기를 보면 대부분의 관중이 장내 안내방송에 귀 기울이며 그대로 지켰다. 조용히 해 달라고 하면 조용히 했다"면서 "관중은 선수들이 극도로 집중해야 할 순간을 잘 알고 있다. 16강전부터도 페널티 킥 상황 등 중요한 순간에는 부부젤라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조직위 측은 이같이 관중의 성숙한 관전 의식을 철썩 같이 믿고 있지만, 실제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승부차기 실축 후 땅을 치며 부부젤라를 원망하는 장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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