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21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을 상대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정파 및 계파의 입장을 대변했다.
야당 의원들과 다수의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은 '세종시 원안 지지'와 '세종시 수정 법안 상임위 처리' 입장을 고수한 반면 대다수의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 지지'와 '세종시 수정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주장했다.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 31명 가운데 세종시 원안을 지지하는 의원은 18명이었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6명과 민주당(9명) 자유선진당(2명) 민주노동당(1명) 등 야당 의원 12명을 합한 수치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의원은 10명으로 주로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었다. 답변을 거부하거나 유보한 의원은 3명이었다. 이를 토대로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표결 결과를 가정할 경우 세종시 수정 법안은 의결 정족수(16명)를 넘는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 법안이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된다고 해도 세종시를 둘러싼 여야간, 한나라당 내 계파간 갈등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세종시 수정 법안의 최종 처리 방식에 대해 '상임위의 표결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원이 16명이었다. 이는 세종시 원안 지지자 18명 가운데 친박계 정희수 의원이 입장을 유보하고,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상임위 상정 전에 정부 스스로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두 의원을 제외한 친박계 의원과 야당 의원들은 '상임위 표결 처리'를 주장했다.
반면 '상임위에서 부결되더라도 본회의에 부의해서 표결 처리해야 한다'고 응답한 의원도 9명이었다. 한나라당 친이계인 이들은 상임위에서 폐기된 안건에 대해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국회법 87조 1항을 근거로 들고 있다. 답변을 거부하거나 유보한 의원은 5명이었다.
본회의 표결 처리를 주장하는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 문제는 상임위에서만 다루기엔 너무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광근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이 국가적 중대사이기 때문에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도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함으로써 누가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했는지 역사에 남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 표결 처리 주장은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의 불씨를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어차피 본회의에서도 부결될 사안"이라며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게 마치 애국하는 길이라고 여기는 일부 의원들의 인식은 오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가 상임위에서 표결 처리해서 끝내기로 합의한 사항을 왜 어기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은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하겠다는 것은 상임위 중심주의로 진행되는 국회 관행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여당 의원 30명만 있으면 무슨 안건이든 본회의에 부의하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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