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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리옹驛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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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리옹驛에서

입력
2010.06.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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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프랑스 리옹驛까지 밤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金春洙 시집 보라색 장정이 낯설다 저번 시집에 笑納이라고 친필로 써주셨는데 癸酉 四月 大餘 한자 획이 정갈하다 공업도시 리옹은 다리 아래 배들이 멈춰 있다 1834년 보들레르가 여기서 편지를 썼을 때 茶紅色 꽃들이 한데서 떨고 있었다 리옹 오페라 발레단의 '닫혀진 정원'은 6人舞, 말뚝 박힌 흙 위에 남자가 마을 처녀에게 구혼한다 두 연인들만 남겨놓고 텅 빈 무대에 저녁 구름이 금방 내려앉을 듯

● 얼마 전, 남아공 드라켄즈버그 산맥을 바라보는 벌판 한 가운데 있는 호스텔에 갔을 때, 머리가 희끗희끗한 네덜란드 노인이 내가 읽던 책을 가리키며 누구의 책이냐고 물었어요. 그건 앙드레 지드의 이었죠. 여행을 떠나오면서 책꽂이에 꽂힌 수많은 책들 중에서 하필이면 그 책을 뽑았지요. 여행지에서 그 책을 읽었더니 꼭 스무 살 청년이 된 듯한 기분이더라구요. 노인은 오른손을 귀에 대고 개그콘서트의 왕비호처럼 되묻더라구요. "누구?" 앙드레 지드. 프랑스 작가. 내가 설명하자, 노인이 "아하"라고 말하더군요. 노인은 "기드"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노인이 덧붙였어요. "그 사람은 죽었지." 그 말을 듣는데, 꼭 그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그 책 안에서는 그렇게 젊은 사람인데 벌써 죽었다니. 그러고 보니 저도 벌써 중년이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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