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의 영광 재현에 나섰던 북한이 또 다시 포르투갈의 벽에 막혀 고개를 떨궜다.
북한은 21일(한국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 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0-7로 대패했다. 이로써 2연패를 당한 북한은 조별리그 최종전인 코트디부아르(25일)전 결과에 상관 없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또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 3-5로 역전패를 당한 빚도 갚지 못했다. 북한이 이날 당한 7골 차 패배의 굴욕은 남아공월드컵 최다 점수차 패배로 기록됐다.
김정훈 감독이 이끄는 북한은 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전과 똑 같은 베스트11을 출전시켰다. 정대세와 홍영조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박남철과 안영학, 문인국이 그 뒤를 받쳤다. 44년 전의 복수전을 위해 전의를 불태운 북한은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경기 초반에는 대등한 경기를 펼쳐 나갔다. 전반 10분 차정혁의 오른발 중거리포로 포문을 연 북한은 강력한 압박으로 포르투갈의 골문을 노렸다. 북한은 4분 뒤 박남철이 미드필드 부근에서 찔러준 결정적인 스루패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정대세가 간발의 차로 놓쳐 땅을 쳐야 했다. 차정혁은 전반 16분 태클을 위해 슬라이딩을 하다가 오른손 손목이 꺾였지만 개의치 않고 일어나는 불굴의 투지를 보였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전반 29분 하울 메이렐르스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세를 올렸다. 티아구의 스루패스를 받은 메이렐르스는 문전에서 가볍게 슛으로 연결해 골네트를 갈랐다. 포르투갈은 선취골을 넣었지만 전반전 볼점유율 53%로 47%의 북한에 근소한 우위를 보일 만큼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포르투갈의 저력은 후반전에 여실히 드러났다. 포르투갈은 후반 8분 시망의 골을 시작으로 매섭게 북한을 몰아쳤다. 우구 알메이다와 티아구는 각각 후반 11분과 17분 추가골을 만들어내며 달아났다. 포르투갈은 전의를 상실한 북한을 상대로 골폭죽을 멈추지 않았다. 후반 36분 리에드손, 후반 42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후반 44분 티아구가 차례로 골망을 갈라 포르투갈은 7-0 대승을 완성했다.
북한은 후반 들어 박남철과 문인국을 빼고 김금일과 김영준을 투입했지만 한 골도 만회하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포르투갈은 1승1무(승점 4)를 기록,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
케이프타운=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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