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죽은 고래의 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죽은 고래의 바다

입력
2010.06.21 13:40
0 0

밍크고래는 몸길이가 7~10m쯤 되고 몸무게는 10톤이 넘는다. 바다에서 한 번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겐 밍크고래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큰 바다에서는 밍크고래도 '작은 친구'에 불과하다. 바다의 넓이로 고래를 비유하자면 백사장 한 알 모래알과 같은 것이다.

고래 탐사를 나가 밍크고래를 만나면 귀엽다. 허둥지둥하는 모양새가 술래잡기에서 숨기 바쁜 어린아이 같다. 배와 마주치면 후다닥 물속으로 숨어 달아나 버린다. 내가 아는 밍크고래는 겁이 많고 수줍은 '친구'이다. 밍크고래는 잡을 수 없는, 법으로 보호받는 동물이다.

그런 밍크고래의 '천적'은 오직 사람이다. 사람만이 밍크고래를 잡아먹는다. 그물을 쳐서 잡고 작살을 꽂아 잡는다. 최근 경북지역에서 밍크고래를 1년 동안 120마리나 불법 포획하여 판매하던 일당이 관할 해경이 아닌 경찰에 잡혔다. 1986년 고래잡이 모라토리엄이 선언된 이래 최대의 '고래 사냥꾼'이 잡힌 것이다.

경찰은 동해안 일대에 밍크고래 불법 포획조직이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120마리쯤의 불법포획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뜻이다. 서해에선 군함이 두 동강 나고 동해에서 고래들이 줄줄이 피 흘리며 죽어 나가는 것이 바다의 현주소다. 고래를 지켜야 하는 해경 또한 눈뜬 봉사니, 우리 바다 문제 많다. 가히 무법의 바다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