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네티즌 평점과 알바, 전문가 평점과 신뢰

입력
2010.06.21 13:43
0 0

지난 16일 개봉한 '포화 속으로'와 닮은 꼴 영화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삼았으니 '태극기 휘날리며' 등 전쟁영화들이 꼽힐 만도 하다. 그러나 한 유명 포털사이트가 네티즌 추천에 의해 운영하는 '한 핏줄영화' 코너엔 의외의 영화들이 올라와 있다.

반공과 소수의 결사항전을 각각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한 영화로 거론된 '똘이 장군'과 '300'은 그나마 애교다. '썸머 아르바이트'와 일본 TV드라마 '철판소녀 아카네!!'(너무 뻔뻔하다는 의미에서)를 올린 네티즌들은 '포화 속으로'를 향해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당초 낮았던 '포화 속으로'의 네티즌 평점이 최근 급상승한 데에는 '알바'들의 맹활약이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네티즌들의 근거 없는 힐난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일은 아닌 듯하다.

몇 년 전 충무로는 댓글 알바 논란이 뜨거웠다. 영화사들이 직원들이나 아르바이트생을 시켜 경쟁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기사에 악플을 달거나, 자기들 영화를 위해 근거 없는 칭찬을 댓글로 줄줄이 달아놓는다는 것이었다. 영화감독 A씨는 "하도 악의적인 댓글이 연달아 달리길래 IP주소를 추적했더니 경쟁 영화사였다. 너무 화가 났지만 사과를 받는 선에서 끝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알바 논란은 댓글에서 네티즌 평점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네티즌 평점이 영화의 첫인상을 좌우하고 관객수에도 영향을 주는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했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특정 영화의 평점을 올리기 위해 중국에 알바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 영화인은 주장하기도 한다. "네티즌 평점 믿을 게 못 된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한다.

알바의 존재를 부정한다 해도 네티즌 평점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영화감독 B씨는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수작에 0점을 주는 네티즌이 있는데 횡포나 다름 없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좋은 작품이 부당하게 폄하돼 극장에서 설 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우려다.

어느 때부턴가 우리 관객들은 영화평론가 등의 글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영화평론가"라는 말도 떠돈다. 예리한 눈을 지닌 네티즌 리뷰도 있지만 네티즌의 영화평은 대체로 가볍고 피상적이고 편견에 차있다. 세계 최대 영화사이트로 꼽히는 IMDB(www.imdb.com)는 영화마다 전문가 리뷰와 네티즌 리뷰를 나눠 안내한다. 아무리 네티즌이 똘똘해졌다지만 전문가들의 혜안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일 게다. 영화도 전문적 의견에 귀 기울여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때론 깊이의 강요도 필요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