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통령 선거만큼이나 확연히 구분되는 세대별 정치적 선호도를 드러낸 6월 지방선거의 결과는 한국사회의 단층인 '세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계간 문화과학 여름호가 기획한 특집 '세대의 정치학'은 한국 사회의 각 세대가 어떤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지, 세대 갈등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 각 세대가 한국사회에 남긴 공과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등에 대해 입체적인 세대론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의 세대는 통상 생물학적 나이에 따라 30년 단위로 구분돼지만 역동적인 사회변화를 겪은 한국의 현실에서 이같은 기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세대의 정치학과 한국현대사의 재해석'이라는 글에서 역사적 경험에 따라 각 주체들이 어떤 이념ㆍ감정적 구조를 취하는지에 주목해 한국사회의 세대를 해방세대, 전후세대, 4ㆍ19세대, 유신세대, 5ㆍ18세대, 6ㆍ10세대, 신세대, IMF세대, 촛불세대 등 9개로 세분화했다. 미세하게 세대 구분을 한 점이 눈에 띈다.
심 교수에 따르면 4ㆍ19세대(1940~1952년생)는 "자유주의적 대중문화를 지향하면서도 문화적 보수성을 드러낸 세대"다.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 이념을 내세워 미증유의 민중항쟁인 4월혁명을 주도했지만 문화적으로는 청소년 시절까지 경험한 공동체문화의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세대의 일부는 자본주의적 대중문화의 확산에 대항하기 위해 1970~80년대 문화운동을 주도하기도 했지만 이 운동이 탈춤, 마당극 등 '보수적 형태의 진보적 문화운동'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경험 때문이라고 심 교수는 분석한다.
유신세대(1952~1960년생)는 "축복받은 세대"다. 직접적인 전쟁 경험에서 비껴났을 뿐더러 유년기에는 대가족 공동체의 혜택을 받았고 청년기에는 경제성장의 수혜자가 됐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이 세대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다. 장년기에는 자연과 공동체 파괴의 주역이었고 2000년 이후부터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기반을 두고 아래 세대에 대한 경제적 수탈과 한국사회의 극우화에 앞장선 세대라는 주장이다. 공적인 사회활동에서 대부분 퇴장한 4ㆍ19세대와 달리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세대는 "한국사회의 진보를 위한 향후의 운동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심 교수는 말한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IMF세대(1978~1988년생)는 "객관적 지위는 비정규직 '88만원 세대'이지만, 소비 습속만은 상층 부르주아 행태를 지향하는 세대"다. 밥은 굶어도 커피는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세대,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명품을 구입하는 세대라는 부정적 함의다. 이들은 극히 세련된 문화적 감수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취향에 강한 자의식을 지닌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감수성은 이명박 정부의 권위주의적 스타일에 대한 즉자적인 거부감이나, 엘리트주의적이고 계몽주의적인 운동권에 대한 조소 등을 무차별적으로 드러낸다.
촛불세대(1988년 이후 출생)는 2008년 봄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핵심세대로 심 교수는 이 세대가 전 세대인 IMF세대와 매우 상이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고 구분한다. 외환위기 때 청소년기를 보내며 사회적 불안과 공포를 체득한 IMF세대와 달리, 한국경제가 회복되는 시기에 비교적 안정적인 청소년기를 보낸 것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스스로 정치적 주체가 된 세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8년 4월의 경쟁 강화를 골자로 한 학교자율화 방침 등 신자유주의적 교육제도의 억압을 실감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깨달음에서 이들은 IMF세대와 달리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정치적 자각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심 교수의 견해다.
이밖에도 386세대를 시대적 요구에 따른 사회변혁의 주체로 서고자 했던 세대로 규정하면서도 과도한 정치지향성 때문에 청년세대 고유의 문화적 감수성을 주창하지는 못한 세대로 분석한 '386세대의 그날'(고길섶)과, 88만원 세대, G세대, 웹2.0세대 등 청년세대를 규정하는 세대 담론의 자의성을 비판한 '월드컵 주체와 촛불시위 사이, 불안의 세대를 말한다'(한윤형) 등의 분석도 세대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글들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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