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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달려온다… 거침없는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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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달려온다… 거침없는 영토 확장

입력
2010.06.2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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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은행은 지금 '역사적 사건'을 앞두고 있다. 서울 신문로2가에 신축중인 LG그룹 광화문 사옥 안에 지점 개설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행이 대기업 사옥에 입점하는 것은 창립 4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기업은행은 지금 변신 중이다. 그것도 무서운 속도로 변신하고 있다. 그저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만 여겨졌던 기업은행이 점차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특히 은행권 최대 격전지인 '개인고객시장'을 빠르게 넓혀나가자, 기존 시중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개인영업 부문에서 기업은행의 실적은 다른 은행을 압도한다. 5월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0.5%(1조1,529억원)나 늘어난 12조원. 절대 금액 면에선 아직 타 은행에 미치지 못하지만 국민은행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300억이나 줄었고, 우리은행은 840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약진이 아닐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개인영업부문을 보면 주도권이 기업은행에 넘어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측은 이 같은 약진의 배경으로 단연 윤용로 행장의 '한 박자 먼저' 전략을 꼽는다. 국책은행은 원래 몸놀림이 더디기 마련인데, 윤 행장이 이런 체질을 확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올해 주택담보대출금리와 현금서비스 금리를 가장 빨리,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코픽스)가 도입되자, 관련 대출상품을 가장 먼저 내놓은 곳도 기업은행이다. 이런 기업은행의 행보에 대해 타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이 정부정책에 먼저 화답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정도로 반응했지만 한 발 빠른 금리인하, 한 발 빠른 신상품 출시가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먹혀 들어가자 적잖이 당혹해 하는 눈치다.

기업은행의 변신은 정부정책과는 무관한 스마트폰 뱅킹에서도 확인된다. 은행권에서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하나은행에 이어 기업은행이 두 번째. 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어차피 대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해 타 은행보다 일찍 관련서비스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 최고히트 대출상품인 주택금융공사 'U-보금자리론'을 취급하는 곳도 기업은행 뿐이다. 기업은행은 이 상품이 정식 출시(23일) 되기도 전에 사전예약 금액만 4,000억원을 기록할 만큼, 개인대출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LG사옥에 점포를 낸 것 역시 개인고객확보 차원이다. '중소기업 전담은행이 대기업 사옥에 입점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런 명분 보다는 최고 우량고객인 대기업 임직원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실리'를 택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기업은행의 시중은행화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유의 중소기업 지원기능이 취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단기간내 자산증가는 결국 후유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개인고객을 늘려 안정적인 수신기반을 갖춰야만 중소기업에도 대출할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지원의 고유 기능은 결코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1차적으로 연말까지 개인고객 숫자를 1,000만명까지 끌어 올린다는 방침. 이 경우 개인고객시장을 둘러싼 타 시중은행과의 승부는 점점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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