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담합이다’, ‘낙농업 특수성을 모르는 소리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유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가 유가공업체에 대해 우유값 담합 여부 조사에 착수하자, 사실상 우유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농식품부가 ‘농업의 특수성’을 이유로 공정위 조사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해 유가공업계가 업체 구분 없이 일제히 22%씩 우유값을 올린 것은 명백한 담합이라는 입장이다. 또 최근 시중에서 ‘감아팔기’(큰 우유에 작은 우유 끼워팔기)가 중단된 것도 업체들의 사전 담합에 따른 것인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반면 농식품부는 “일반 제조업과 낙농업은 동일한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유 가격의 70%는 젖소에서 생산되는 원유(原乳)가 차지하는데, 농식품부는 일부 원유에 대해서는 가격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사료값이 크게 올라 원유가격도 올랐으며, 이에 따라 우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감아팔기’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감아팔기’가 방치되면 낙농업자가 그만큼 저급한 우유를 많이 생산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결과적으로 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낙농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산업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자율 결정되는 다른 산업과 특성이 다르다”며 “일반 제조업에 대한 가격 담합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도 2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행정 협의를 통해 문제가 원만하게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관까지 나서 ‘정상 참작’을 요구하는 농식품부 움직임에도 불구, 공정위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낙농업의 특수성 인정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 담합 여부”라며 “원칙대로 조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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