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유럽 내 남ㆍ북부와 금융ㆍ제조업체 사이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의 금융기관들과 남유럽 국민들은 부이실채권과 복지축소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이 수출비중이 높은 독일 등의 북유럽 제조업들은 유로화 가치하락과 낮은 정책금리로 이윤이 급등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대표적 수혜기업은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지멘스다. 고속철, 풍력발전기기, 공장설비 등을 수출하는 이 기업은 유럽 경제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 4월 올해 예상이익을 당초 65억유로(약 9조5,000억원)에서 최대 93억유로(약 13조5,600억원)로 상향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매출의 18%가 아시아, 25%가 북남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유로화 약세가 원가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트럭제조 MAN, 고급승용차 BMW, 소프트웨어 개발 SAP, 스포츠용품 아디다스 등 독일업체들도 15%가량 급락한 유로화 가치 덕에 이윤이 급증하고 있다. 네덜란드 전자업체 필립스, 최근 포드사가 매물로 내놓은 스웨덴 자동차 볼보 등도 원가하락으로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지멘스의 경우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로 인해 그린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풍력발전기 등의 매출이 늘어나는 등 행운이 겹치고 있다.
때 아닌 ‘호황’에 유럽 최대 비정규직 알선업체인 네덜란드 란트스타트 역시 늘어나는 구인 수요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란트스타트 관계자는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 구인요청이 최근 10% 이상 급증했다”며 “향후 전망도 매우 낙관적”이라고 NYT에 밝혔다.
반면 최근 부실채권 실사를 받고 있는 프랑스ㆍ독일의 대형 은행들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남유럽 부실채권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HSBC 수석 투자전략가인 프레드릭 너브랜드는 “실사결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은행들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이 2,720억달러인데 비해 스페인은 8,510억달러, 아일랜드는 6,060억달러에 달한다”며 “스페인, 아일랜드 등에서 그리스와 유사한 위기가 벌어진다면 유럽은행 들의 신용경색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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