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10번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축구에서 등 번호 10번은 팀의'에이스'를 상징한다. 골잡이나 플레이메이커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포지션의 선수들이 주로 10번을 단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 아르헨티나의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 프랑스 아트 사커의 지휘자 미셸 플라티니와 지네딘 지단이 모두 10번을 달았다.
그러나 남아공에서는 '등 번호 값'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간판 골잡이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월드컵 징크스'를 좀처럼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루니는 미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1-1)에 이어 알제리와의 2차전(0-0)에서도 침묵을 지켰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루니는 4경기에 나섰지만 한 골도 터트리지 못했고,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는 레드 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루니는 골 가뭄에 더해 좋지 않는 매너로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주포 루카스 포돌스키(바이에른 뮌헨)는 세르비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 고개를 떨궜다.
미로슬라브 클로제(바이에른 뮌헨)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독일은 0-1로 뒤진 후반 15분 네마냐 비디치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었고 포돌스키가 키커로 나섰지만 슈팅은 골키퍼 가슴팍을 때리는데 그쳤다.
독일은 이날 패배로 가나와의 최종전에서 16강 진출 여부를 가려야 할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일본의 나카무라 ?스케(요코하마 마리노스)는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 번호를 달고도 '벤치 멤버'로 전락했다. 나카무라는 한때 일본 대표팀의 간판 스타로 군림했지만 지난 14일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1차전(0-1)에서 벤치를 지켰고, 19일 더반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는 0-1로 뒤진 후반 19분 교체 투입됐지만 승부를 되돌리지 못했다.
2006~07 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MVP를 수상하는 등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 선수로 꼽히는 나카무라는 지독히'월드컵 운'이 없는 대표적인 경우다. 2002 한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밖에 브라질의 카카(레알 마드리드)는 북한과의 조별리그 1차전(2-1)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자국 팬들로부터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는 혹평을 받았다. '허정무호'의 박주영(AS 모나코)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1-4)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며 '불운의 희생양'이 됐다.
더반(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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