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경복궁과 숭례문 이외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찾아보세요."
서울시민들에게 가봤거나 기억하는 서울 소재 문화재를 물으면 숭례문과 흥인지문, 경복궁과 덕수궁 등 국가가 지정한 국보나 보물, 고궁 등을 지목한다.
하지만 웅장함이나 화려함은 국가 문화재에 비해 떨어질지는 몰라도 서울시 지정 문화재중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재가 적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5월말 기준 서울에는 국가 지정ㆍ등록 문화재가 944건이 존재하지만 시 지정 문화재도 420건이 분포한다. 시에서 자녀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문화재를 정리해 봤다.
▦유서 깊은 도봉서원
조선시대 대표적 유학자이자 선비들의 존경을 받았던 조광조와 송시열을 모시던 도봉서원은 지난해 10월 기념물 28호로 지정됐다. 서울 최북단 도봉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며 서원 주변의 물과 돌이 아름다워 수많은 선비들이 일대의 아름다운 경치를 묘사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서원 부근 11개의 바위에는 송시열 등의 글씨와 시문이 새겨진 각석(刻石)이 차례로 나타난다. 서원에서 40분 정도 올라가면 도봉산의 절경 중 하나인 천축사를 만날 수 있다.
▦세종의 흔적 구영릉석물
세종대왕과 그의 비 소헌왕후 심씨의 무덤인 영릉(英陵)은 1469년 경기 여주군으로 이장됐지만 석물(石物)은 그대로 남아 현재 동대문구 청량리동 세종대왕기념관 경내에 13점이 보존돼있다.
기념관을 찾으면 청계천 물의 높이를 측정하기 위해 설치했던 수표와, 고종의 후궁이자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어머니 순헌황귀비 엄씨의 무덤이 있는 영휘원도 구경할 수 있다.
▦왕자의 무덤들
서울 곳곳에는 왕이 되지 못한 조선시대 왕자들의 무덤들이 흩어져 있다. 태종의 맏아들인 양녕대군 부부의 묘와 사당은 동작구 상도4동에 자리잡고 있으며 태종의 둘째아들 효령대군의 무덤은 서초구 방배동에 가면 볼 수 있다.
강남구 수서동에는 세종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 부부의 묘를 비롯해 종가 700여기의 묘소가 함께 모셔져 있다. 서울 근교에 현존하는 왕손의 묘역 중 가장 원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육신의 충의
1972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사육신 묘는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숨진 6명의 신하를 모신 무덤이다. 시는 78년 이들의 의로운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묘역을 3배로 확장하고 사육신의 위패를 모신 의절사(義節祠)와 불이문(不二門), 홍살문 등을 새로 지었다. 사육신 묘 부근 언덕에 위치한 정자인 용양봉저정에 올라가면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장충단비와 수표교
장충단은 명성왕후가 시해된 1895년 을미사변 때 일본인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여러 장졸의 영혼을 달리기 위해 1900년 세워진 사당이다. 6ㆍ25전쟁 때 사당과 부속건물이 파괴돼 장충단비만 남게 됐다.
69년 지금의 자리인 수표교 서쪽으로 옮겨지면서 시 유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다. 수표교는 조선시대 때 물길을 건너는 통로이자 홍수조절을 위해 수량을 재는 역할을 했다.
▦한용운과 이태준의 향기
성북동에 위치한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이 1933년부터 44년까지 만년을 보내다 세상을 떠난 곳이다. 소박한 단층 기와지붕 건물로 한용운이 쓰던 방에는 그의 글씨와 연구논문집, 옥중공판기록 등이 보존돼 있다. 성북2동 사무소 부근에는 서울시 민속자료인 월북작가 상허 이태준의 가옥을 자리잡고 있다.
▦흥선대원군 별장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잡은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이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서울 성곽 북쪽 밖에 있어 수려한 산수와 계곡을 배경으로 큰 바위와 오래된 소나무가 많아 한양의 경승지로 꼽혔다. 서울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지녔다는 기록이 옛 서적 곳곳에 남아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