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초현실 세계를 오가는 극사실적 그림을 그려온 화가 이석주(58ㆍ숙명여대 교수)씨가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5년 만의 개인전에서 그는 책, 하늘, 꽃 등의 소재와 따뜻한 색조를 통해 내면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시계, 말의 이미지 대신 손때묻은 낡은 책이 새로운 그림의소재로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그림 속 책 표지에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앵그르의 '오달리스크' 등 서양 명화 속 여인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시계로 표현하던 시간성의 이미지를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낡은 책을 통해 바꿔 그리고 있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늘 시간을 그리고자 한다"는 그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꽃이 아름답고, 풀이 새롭고, 하늘이 가슴설렌다. 삶이 영원하지 못하기에 더 그렇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1970~80년대 국내 극사실주의 화풍을 이끈 대표적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최근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극사실화에 대해 "내게 있어 극사실주의는 표현의 방법일 뿐"이라며 "(그림의 내용보다) 기법에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30일까지. (02)734-0458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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