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초등학교 운동장. 중국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몽골 등 각국의 국기와 태극기가 일렬로 늘어섰다. 곳곳에서 이어지는 선수들의 파이팅 소리와 응원 함성으로 분위기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이윽고 단상 위에서 개막 선언이 흘러나오면서 국경없는마을배 안산월드컵이 시작됐다.
새벽까지 내린 비로 운동장은 질척했지만 장애가 되지는 못했다.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은 이날 축구공 앞에서 하나가 됐다.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들도 직접 주심과 부심으로 나서 분위기를 더 돋웠다.
㈔안산이주민센터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주민축구협회가 공동 주최한 안산월드컵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출범해 벌써 9회를 맞았다. 경기는 전ㆍ후반 20분씩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고, 선수들은 주로 시화·반월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다. 올해는 6개 국에서 9개 팀이 참가했다. 한국 대표로는 안산 지역 조기축구회인 터보FC가 출전했다. 경기장을 찾은 국경없는마을 주민, 결혼이주여성 등 1,000여명의 외국인들을 위해 농구 배구 족구 씨름 100m달리기 계주 등도 진행됐다. 대학생 연합클럽 카르페디엠 회원 80여명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행사를 도왔다.
류성환 안산이주민센터 사무처장은 "안산월드컵은 이 땅에 사는 모두가 하나임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지금 월드컵이 열리고 있어 더욱 뜻 깊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선수인 쏘꽁(29)씨는 "우리 팀은 축구를 잘 못하지만 열심히 즐기러 왔다"며 "진짜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도 파이팅"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안산=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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