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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문학포럼 주최 '단편소설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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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문학포럼 주최 '단편소설 페스티벌'

입력
2010.06.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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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사에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이상의 '날개',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문구의 '관촌수필',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등 뛰어난 단편소설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다. 일찍부터 장편소설이 득세했던 영미 소설계에서조차 에드거 앨런 포, 오 헨리, 레이먼드 카버 등 단편을 천착한 문호들이 활약했음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압축과 긴장, 극적 반전, 생에 대한 촌철살인의 통찰은 단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소설미학임이 분명하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장편소설도 그 나름의 역할이 있지만, 새로운 정신을 탐구하는 데는 단연코 단편소설 양식이 적합하다"고 늘 강조한다.

한국소설의 무게중심이 점차 장편으로 기울고 있는 듯한 시점에서 단편의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대중적 향유의 방식을 모색하는 행사가 열렸다. 분단문학포럼(대표 민병모)이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 선유동 소설가 이호철씨의 집필실에서 개최한 '단편소설 페스티벌'에는 이씨를 비롯한 소설가 이동하 정수남 박충훈 하성란 이지원 등이 참가, 자선 단편을 낭독하고 150여 명의 독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 행사를 주최한 민병모 대표는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열리고 있는 문학 독회를 단편소설과 결합한 행사"라며 "단편은 작품 완성도, 문학언어 수준에서 첨단에 있으면서 분량도 짧기 때문에 작가와 독자가 독회 현장에서 작품을 면밀히 살피며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성란씨는 "단편은 작가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라며 "단편을 장편을 쓰기 위한 훈련 단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피아노 치다보면 바이올린도 잘 켜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오해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하씨는 자신의 단편집 (2006)에 수록된 '1984년'에 대해 독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작품은 주인공 여성이 홀어머니, 네 동생과 궁핍하게 살면서 취업에 목매던 1984년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조지 오웰의 동명 소설과의 연관성을 묻는 독자의 질문에 하씨는 "조지 오웰이 예견했던 어두운 미래가 1984년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가난, 실업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며 쓴 작품"이라고 답했다.

이호철씨는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오돌할멈 손자 오돌이'를 이날 독회 작품으로 골랐다. 6ㆍ25전쟁에 징집된 손자의 무탈을 염원하는 노파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 '오돌 할멈'(1957)을 발표한 지 50여년 만의 후속작이다.

단편집 (2007) 수록작 '사모곡'으로 독회를 가진 이동하씨는 "30대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60대 아들의 이야기로, 언젠가는 쓰겠다고 몇십년 동안 마음에 담아온 소설"이라며 "내 소설은 대부분 자전적이라 작품 속 주인공들은 나와 발맞춰 나이를 먹어간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지원씨는 여주인공이 상처뿐인 가족사와 실연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탁월한 상상력과 섬세한 문장으로 표현한 단편 '등'으로 독자들과 소통했다. 이씨는 "장편을 써서 등단하려는 작가 지망생들이 주변에 많지만, 나는 대학 시절부터 줄곧 단편을 습작해왔다"며 "미문(美文)보다는 정확한 문장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단편을 쓰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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