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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인시집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 펴내… 정제된 시어로 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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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인시집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 펴내… 정제된 시어로 큰울림

입력
2010.06.2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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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삶의 의미를 새로 쓰는 것이 시인의 업보라면 업보. 이기인(43ㆍ사진) 시인의 신작 시집 (창비 발행)는 그곳에서 '당신의 등뼈에 붙은 살이 얼마나 얇은지…, 그렇게 얇은 삶이 바람에 견딘 것'('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중)을 노래한다. 그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만나는 이들은 열악한 노동 현실에 부대끼는 헐벗은 인생들이다.

도발적 언어로 공장 여공들의 절망과 분노를 그렸던 첫 시집 이후 이씨가 5년 만에 낸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에서 노동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그의 시야는 더욱 넓어졌고 시어는 한결 정제됐다.

시인은 '비 맞은 현대식 건물에서 와르르 어데로 가라고 빗물처럼 쓸려' 나오는 비정규직 노동자, 초고층빌딩 공사장에서 철근을 메고 가다 떨어지는 인부, 이국만리에서 외롭게 삶을 꾸려가는 외국인 노동자, 그네들의 고난과 절망 그리고 희망을 때로는 가슴 저미게 때로는 담담하게 그려낸다. '쬐그만 동네 목욕탕에서 바가지처럼 둥둥 떠 있는 슬픔이 졸졸졸/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도시의 하수로 흘러간다'('때수건' 중)

이들의 주변부 삶은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것이 아니라 실로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던가. 시인은 '오래 묵은 실에서 어렴풋이 붉어진 그이의 젖은 뺨 냄새가 난다'('오래된 실' 중)고 말하듯, 지긋지긋할 만큼 지루한 현실에 대해 체념하거나 혹은 냉소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꽃이나 열매나 뿌리와 달리 누구나 보지만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줄기'의 변화를 발견한다. '스러질 듯 스러지지 않는 줄기의 시간이 자란다'('줄기가 자라는 시간' 중) 문학평론가 송종원씨는 이씨의 이번 시집을 "무기력과 냉소를 조장하는 현실 속에서 시인은 '오래 오래' 저 희망의 씨앗과 줄기를 돌본다"며 "그렇게 남루한 희망을 깁고 또 깁는다"고 평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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