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바다에 기름을 엎질러 놓고 한가하게 요트 경기나 즐기다니…'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 책임사인 영국 석유회사 BP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헤이워드가 또 구설수에 올랐다. 며칠 전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한 데 이어 이번에는 호사스러운 휴가에 나서 미국인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헤이워드는 아들과 함께 19일 영국 남부 와이트섬에서 자신 소유 요트가 출전한 경기를 관전했는데, AP통신에 따르면 직접 참가했다는 의혹도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사이버 공간에는 '무개념 CEO'를 비판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미 정치권도 발끈했다. 이날 미국 abc방송과 인터뷰한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헤이워드의 요트경기 관전을 두고 "끊이지 않는 BP의 홍보 실수행진 중 하나일 뿐"이라며 "그가 드디어 삶을 돌려받았다"고 꼬집었다.
헤이워드는 사고가 난 지 6주만인 지난달 31일 피로감을 호소하며 "내 삶을 돌려받고 싶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바 있다.
영국 환경단체들도 가세했다. 20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그린피스의 찰리 크로닉은 이런 행동이 "원유유출 사태로 피해를 본 이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기름유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 주민들도 "이곳에서는 아무도 낚시 조차하지 못하는데 그는 요트경기 관람에 나섰다"며 분개했다.
BP 측은 비난이 확산되자 서둘러 "헤이워드가 지난 두 달간 가족과 떨어져 있었고, 이날은 4월 20일 기름유출 사고 이후 첫 휴일이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BP는 1억400만달러(약 1,245억원)를 사고지역 주민들에게 지급했으며, 200억달러(약 24조원)를 추가 보상비로 책정했다고 발표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한편 헤이워드가 미 청문회에서 사고 유정의 원유 매장량이 약 80억ℓ라고 밝힌 이후 유정을 막는 데 실패할 경우 향후 2~4년간 유출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텍사스대학 타듀스 파첵 교수가 "석유개발업체가 매장량 80억ℓ를 보고 유전개발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 매장량은 800억ℓ가 타당하다고 주장해 헤이워드가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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