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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양극화, 기부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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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양극화, 기부로 풀자

입력
2010.06.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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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격차가 커지고 상대적 빈곤층도 늘어나고 있다. 전국에서 딱 중간 수준인 가구 소득의 반도 못 버는 가구의 비율, 즉 상대적 빈곤율은 매년 증가하여 작년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15.2%에 이른다. 이렇게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사회보장이 더 절실하지만 재원 마련은 더 어려워진다. 세금 내는 계층이 줄고 국민의 담세 의향도 줄기 때문이다. 상대적 빈곤층은 직접세는 거의 내지 않으므로 중산층 이상이 그 부담을 안아야 하는데 정작 이들은 사회보장이 별로 필요 없어 납세가 내키지 않는 것이다.

상류층 기부문화 확산을

사회 보장을 못 늘리니 양극화를 방치하게 되고, 양극화로 인해 세수 증가가 어려운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반면 북유럽처럼 소득 격차가 적은 사회는 세금의 혜택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50%가 넘는 국민 부담률을 수용한다. 정부는 이 재원으로 소득 차이를 더욱 줄이는 하는 선순환 엔진을 가동할 수 있다.

앞으로도 양극화 물결은 도도히 흐를 것이므로 양극화와 세수 정체의 악순환은 속히 종식되어야 한다. 고용 창출이 가장 중요하나 고용 없는 성장 속에 역시 쉬운 길은 아니므로 사회보장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조세 저항이 커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어떻게 국민의 담세 의향을 높일 것인가?

담세 의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신뢰 수준이 낮아 다른 사람은 세금을 안 내는데 나만 더 내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내가 먼저' 의식은 약한 편이다. 반면 대세가 확인되면 쉽게 불길이 번지는 특징이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사회적 분위기의 힘과 변화 속도를 확인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특히 그 불씨가 지도층에서 나올 경우 확산력은 배가된다. 국민의 담세 의향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상류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국세청이 성실납세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고액 상습체납자를 추적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이다.

나아가 적극적인 담세 의향에 풀무질을 하는 것은 지도층의 기부가 아닐까. 기부는 그 자체가 사회보장 재원이 될뿐더러 중산층의 담세 의향을 끌어 올리는 변화의 방아쇠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미국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개인재산 절반을 자선사업에 기부하자는 독려를 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우리 정부 예산의 2배가 넘는 6000억 달러 기금이 조성된다. 이와 같이 미국인들은 유럽인에 비해 세금은 덜 내는 대신 기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세금도 기부도 모두 꺼린다. 우리가 조세 부담이 높은 유럽형으로 가기는 어려우므로 미국처럼 지도층의 기부문화를 활성화 하여 장기적으로 국민의 담세 의향을 높이는 경로를 택해야 한다. 어떻게 기부 문화를 확산할 것인가?

순수성 떠나 박수 보내야

이기적인 인간이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생물학 심리학 경제학 등 많은 분야의 연구 대상이다. 호혜적 이타주의는 '내가 네 등을 긁어 줄 테니 너도 내 등을 긁어 다오'라며 이타심과 이기심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갈파한다. 또한 이타적 태도는 보상하고 '얌체'는 처벌하는 제도로 인해 이타심이 발현된다는 연구도 있다. 공통점은 기부에도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기부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고 공박하는 것은 매우 비생산적인 일이다. 입증도 어려울뿐더러 기부문화 확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는 오른손의 기부를 왼손이 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있다. 이래서는 기부가 활성화될 수 없다. 정치권, 고위 공직자, 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의 기부행위에 의도와 공개 여부를 묻지 말고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기부와 담세의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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