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축구에서 속임수를 용인하는 각 나라 사람들의 자세가 그 나라의 '부패 정도'와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기사가 나왔다. 부패정도가 높을수록 속임수를 별 것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며, 유럽 등 소위 선진국들은 속임수를 상당히 부끄러워한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지수를 기준으로 할 때 부패 정도가 높은 남미와 남유럽 국가들이 축구에서도 속임수를 쉽게 받아들인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의 경우, 축구선수와 팬들 모두 필드에서의 속임수를 쉽게 포용하며, 심지어 심판이 보지 않는 한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식이라는 것이다.
페널티킥을 얻기 위해 페널티 박스에서 가짜로 넘어지는 것은 '게임의 일부'이고 코너킥하는 사이에 상대의 어깨를 붙잡거나 유니폼을 끌어당기는 '다양한 반칙'도 이들 국가의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올해 이탈리아 축구클럽 인터밀란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겨준 페레이라 루시우, 더글라스 마이콘, 월터 사무엘은 악명 높은 '속임수의 달인들'이지만 이들이 고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영웅인 것은 구체적인 사례다.
1986년'영국_아르헨티나'간 월드컵 결승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핸드볼 파울로 골을 넣었지만, 아르헨티나인들은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마라도나도 "신의 손이 개입했다"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반면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서부유럽은 속임수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물론 항상 규칙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도를 넘는 속임수는 용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가대표 티에리 앙리는 아일랜드와의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핸드볼 파울로 골을 넣어 프랑스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했다. 앙리는 '소심한 양'처럼 반칙을 시인하며 사죄했고, 분노한 프랑스 국민들은 심지어 "아일랜드에 티켓을 넘겨주라"고 비난했다.
FP는 사회가 불평등하고 빈부격차가 크기 때문에 하층민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법을 체득해야 하는 국가들과, 노동조합 등 공정한 직업환경이 정착된 서부 유럽 국가들의 사회적 차이가 축구문화도 달라지게 했다고 분석했다. FP가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분석이다.
FP는 18일 열렸던 미국_슬로베니아전에서 나온 오심(미국의 3번째 골을 노골선언)을 지적하며, 다소 반어적으로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지 말고 '신의 손'을 느긋하게 즐겨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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