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正道)대로 하자'는 신념으로 30여년간 교정행정을 펼쳐 왔는데, 어느덧 퇴임이네요. 허허."
임기 2년을 남기고 오는 28일 명예퇴임식을 갖는 이태희(58)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공직을 떠나는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본부장은 후배들 사이에서 '교정행정의 달인' '교정 공무원의 전범' 등으로 통하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고교 졸업 후 대학에 가는 대신 1977년 7급 교도관으로 출발, 재직기간 대부분을 교도소 일선에서 보내고 마침내 교정행정 분야 최고위직인 교정본부장(1급)에까지 올랐다.
이 본부장은 20일 기자와의 통화 도중 33년간의 교정공무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풋내기 교도관' 시절의 경험 두 가지를 떠올렸다. 79년 인천 소년교도소에 근무하던 당시 그는 주말 당직근무 중에 한 할머니의 방문을 받았다고 했다. "직업훈련 시험에 떨어진 한 소년의 할머니였는데, 당시 돈으로 떡 500원어치를 놓고 가셨어요. 손주 생각에 여념이 없었던 거죠. 돌아가시는 뒷모습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같은 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 받은 '선물'도 그에겐 잊지 못할 일인 듯했다. 당시 인천지역 윤락업소 종사자들 모임이 있었는데, 성탄절을 앞두고 '불쌍한 재소자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양말 6,000켤레를 보내 왔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자신들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뭉클했다"고 회고했다.
수형자들에 대한 감독을 하느라 자신 또한 반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낸 이 본부장의 교정철학은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정도 교정'이죠. 술수 부리지 말고,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잡을 땐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죠." 실제 85~87년 청송교도소에서 보안계장으로 일하던 시절, 수용질서 확립을 위해 엄하게 수형자들을 다뤘고 이 때문에 '독사' 또는 '하리마우'(호랑이를 뜻하는 인도네시아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도 얻었다.
이 본부장은 "교정행정 발전을 위해 그 동안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수형자들과 함께 한 33년의 경험을 최근 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그는 책 서문에 "하나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늙어서도 갈 수 있는 길이 세상에는 많다"고 썼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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