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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착한 부자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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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착한 부자 선언

입력
2010.06.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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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초 미국 뉴욕시 록펠러대 총장 공관으로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록펠러가의 후손 데이비드 록펠러,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테드 터너 CNN 창업주,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금융인 엘리 브로드와 피터 피터슨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억만장자 14명이었다. 이날 회동은 만찬까지 합쳐 5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하지만 워낙 은밀한 모임이었던 탓에 언론은 보름이나 지나서야 회동 사실을 눈치채고 내용을 취재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 버핏과 게이츠의 주선으로 록펠러가 호스트를 자임한 14인 회동의 주제는 '자선을 위한 연대'였다. 재산 합계가 2,000억 달러를 넘는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교육부터 세계의 빈곤ㆍ보건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슈를 다루며 박애주의의 과제와 엘리트의 역할에 대한 폭 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뒤늦게 "박애주의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힘을 합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는 공식 설명이 나오자 언론은 1907년 금융위기 때 JP 모건의 주도로 위기 타개책을 논의한 '서재 모임(살롱)'에 비유하기도 했다.

■ 이 운동이 확대되고 결실을 맺어 마침내 미국의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세계적 경제전문지 포춘이 엊그제 보도했다. 버핏과 게이츠는'기부서약(giving pledge)'이라는 이름의 이 운동에 미국의 400대 부호들(재산 총계 1조2,000억 달러)이 참여하면 터키의 GDP와 비슷한 6,000억 달러의 재원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메일과 전화 등을 통한 동참 권유에 힘입어 이미 LA 지역의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 부부가 재산의 75%를 기부하겠다고 밝히는 등 호응이 줄을 잇는단다.

■ 재산의 99%를 사회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버핏과 게이츠가 소로스 등과 함께 '책임 있는 부자들(Responsible Wealth)'이라는 단체까지 만들어 상속 등 부의 대물림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온 것은 익히 아는 바다. 몇 명의 경주자는 100m 앞에서 출발하는 불공정한 사회, 2020년 올림픽 팀을 2000년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의 아들들로 구성하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믿음이다. 먼 나라 얘기를 꺼내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과 갈등, 대립과 반목의 뿌리에 기득권층의 도덕률 결핍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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