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넘어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라.' 고종사촌 형이 가르쳐 준 자전거 타는 방법은 그것이 전부였다. 자전거가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더욱 빠르게 넘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자전거를 배우면서 알았다. 자전거는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야 중심을 잡는다는 것이 '마법의 주문'처럼 신기했다. 제대로 자전거를 타기 위해 한동안 팔다리에 상처를 달고 다녔지만 나는 열 살에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소년이 될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지붕에 페인트칠하는 것을 도운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집은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었다. 올라서면 지붕이 폭삭 내려앉을 것만 같아 겁이 나는데 사다리를 놓고 지붕에 올라간 할아버지는 사뿐사뿐 걸어 다녔다. '못 친 곳만 밟아라.' 지붕에 오르기 두려워하는 나에게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었다. 낡은 지붕이었지만 못 친 자리는 내 체중을 다 받아주었다. 그렇게 지붕에 올라간 나는 처음으로 우리 동네를 조감할 수 있었다.
사는 일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울 때마다 자전거를 배울 때를 기억한다. 지붕에 오를 때를 생각한다. 어제는 풀리지 않는 매듭을 들고 답을 묻는 후배에게 말했다. 풀리지 않는 매듭은 가위로 자르면 쉽게 풀린다. 우리는 너무 두꺼운 매뉴얼을 들고 인생이란 문제를 풀고 있는 것 같다. 정답은 언제나 단순한데.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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