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다. 전술적으로, 정신적으로 '허정무호'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축구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운명은 나이지리아와의 B조 조별리그 최종전(23일 오전 3시30분ㆍ더반)에서 결정된다. 공격 전술의 축이자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박지성의 어깨가 무겁다. 박지성이 살아야 '허정무호'가 살아난다. 박지성의 활약 없이 남아공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이정표 수립은 불가능하다.
박지성의 중요성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은 그리스를 상대로 '역대 월드컵 본선 최고 경기'라고 할 정도로 완벽한 내용을 선보인 끝에 승리했다. 박지성의 몫이 절대적이었다. 4-4-2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나선 박지성은 경기 내내 경쾌한 몸놀림으로 그리스 수비진을 압도했다. 전반 27분 날카로운 패스로 박주영에게 골키퍼와 일대 일로 맞서는 찬스를 만들어줬고, 후반 7분 상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그림 같은 왼발 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 아르헨티나전에 나선 박지성은 무기력했다.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은 후반 들어 4-4-2로 전환하며 왼쪽 날개로 위치를 이동했지만 공격에서도,수비에서도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박지성 답지 않은' 경기였다. 박지성의 무거운 발놀림은 스코어(1-4)로 직결됐다.
박지성의 중요성은 전술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더욱 크다. 박주영(AS 모나코),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등 후배들의 박지성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다. 아르헨티나전 완패로 떨어진 자신감을 끌어 올려줄 수 있는 이는 박지성뿐이다. 전술적으로는 나이지리아전 공격 첨병의 중책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의 나이지리아전 필승 비책의 중심에는 박지성이 위치할 수 밖에 없다.
나이지리아전은 박지성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이지리아전은 그에게 마지막 월드컵 본선 무대가 될 수 있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는 최근 발간된 자서전에서 박지성이 남아공을 끝으로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스스로도 지난해 6월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정상에 오른 후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고개를 떨굴 수는 없는 일이다.
박지성은 4년 전 독일월드컵에서 부상을 안고 뛰었다. 이번에는 100퍼센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나이지리아전에서 '파워 엔진'의 모든 것을 연소시켜야 한다.
루스텐버그(남아공)=김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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