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休)화산인 백두산이 다시 폭발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언제이고, 그 피해는 어디까지 미칠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 다르지만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치한다. 만약 폭발한다면 적어도 반경 수㎞가 초토화하는 것은 물론 천지의 범람으로 인한 대홍수, 화산재로 인한 항공대란과 농작물 피해가 아시아는 물론 북반구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백두산 다시 폭발할까
학계에서는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지진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백두산 정상이 부풀어오른 것은 폭발 임박 징후라는 것이다.
중국 지진국은 2002년 6월 말 두만강 하류 북부의 중국 왕청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백두산 지역 지진이 급증했다며 폭발 우려가 있다고 최근 밝혔다. 주변 지진으로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층에 진동이 전달돼 화산 활동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화산성 지진의 빈도는 최근 들어 급증했다. 1985년 연간 3회였던 것이 2000년에는 102회, 왕청 지진이 일어난 2002년에 747회, 이듬해인 2003년에는 1,139회를 기록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백두산 천지 기상대에 근무하는 사람 말을 들어보면 최근에는 하루 최대 수십 회 이상 미세 지진이 날 때도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징후"라고 우려했다.
백두산 정상부가 매년 1~4㎝씩 솟아오르는 것도 심상찮다. 백두산 표고는 2000년대 들어 10㎝나 높아졌다. 밑에 끓고 있는 마그마가 가득 차 압력이 커지면서 지각을 밀어 올린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는 일본 지구자원탐사위성이 92년 9월부터 98년 10월까지 측정한 데이터와 최근 사진을 분석한 결과다. 국내 지진학계가 중국 정부의 인공위성 사진을 입수, 분석한 결과로는 산 정상을 중심으로 높아지기만 한 게 아니라 풍선처럼 부풀기까지 했다.
폭발 징후는 온천수 성분의 변화에서도 읽힌다. 김규한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최근 용출되는 온천수에서 나트륨과 칼륨이 증가하고 있다는 건 지하 마그마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암석에 있는 성분들이 녹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폭발의 도화선이 되는 마그마가 지층 바로 아래까지 올라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고온의 화산가스 방출량이 늘어난 것도 화산분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징표로 꼽힌다. 이 때문에 백두산 일대 나무가 쩍쩍 벌어지고, 나무껍질과 잎 등이 말라 비틀어지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고 학자들은 전한다.
주변 지형 여건도 좋지 않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일본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에너지가 충분히 축적된 백두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지진이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언제 폭발할까
중국 지진국은 2014년 말 화산이 폭발할 것으로 점쳤다. 지진, 마그마 가스 분출로 인한 식물 고사 등 화산 재해가 12년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2002년 왕청현 지진 이후 12년 만인 2014년에 분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폭발 임박설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주기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김규한 교수는 일본 규슈대 에하라 사치오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 "백두산의 소규모 화산분출은 1414년 1597년 1702년 1903년 등 100년 주기"라며 "주기상 폭발 시점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0~50년 이내로 다소 길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윤 교수는 "진원이 천지 정상의 2㎞ 밑까지 와있는 걸 봐선 30~50년 이내에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예상 피해 규모는
만약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최대 반경 수십㎞가 초토화하는 것은 물론 간접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백두산 지하에 있는 마그마는 다량의 화산재를 만들어내는 유문암질과 조면암질로 점성이 높아 엄청난 양의 분출 가스를 붙잡아 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참 흔든 탄산음료의 뚜껑을 갑자기 열었을 때 펑 터지는 이치처럼 강력한 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는 천지(天池)는 화산폭발 시 폭발력을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마그마가 천지의 바닥을 뚫고 나오면 끓는 기름에 물을 부은 격으로 다량의 수증기와 화산재가 수십㎞ 상공까지 올라가 계절풍을 타고 지구 전역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항공기 운항 차질은 물론이고 일조량 감소로 인한 대기근 위험도 점쳐진다.
윤 교수는 "백두산이 1,000년 전 규모로 대폭발한다면 마그마 분출량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000배가 넘을 것"이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출할 수는 없지만 정밀기계에 의존하는 공장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려 초기 백두산의 대폭발 당시 화산재는 25㎞ 상공까지 올라갔고,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극심, 발해의 멸망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역사학계 등에서 제기된 바 있다.
허정헌기자
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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