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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쓰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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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쓰릴 미

입력
2010.06.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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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텅 비어있을 것만 같았던 신촌 더스테이지 소극장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2007년 초연된 뮤지컬 '쓰릴 미'가 해를 거듭하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쓰릴 미'는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한 끔찍한 유괴살인사건을 다룬 치밀한 심리극이다. 비상한 두뇌의 두 소년이 각기 다른 욕망을 채우고자 벌인 이 사건은 당시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너무 많은 것을 가져 허무함에 빠진 '그'는 흥분을 위해 살인을 계획하고, '나'는 사랑하는 그와 함께 있고자 공범이 된다. 이어지는 나와 그의 살 떨리는 배신. 극은 수감된 나가 가석방 심의를 받으며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데서 시작, 가석방을 통보 받으며 막을 내리는 액자 형식을 취한다.

작품은 비움의 미학을 드러낸다. 욕망으로 꽉 찬 두 인물의 내면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피아노 한 대가 구현하는 섬세한 음악은 드라마를 쥐락펴락한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닮은 빠른 템포의 선율은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무대 전환도 없다. 세트라고는 길다란 앤틱 소파와 고사목 한 그루, 나무상자 두 개가 전부다.

그럼에도 무대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전편과 달라진 조명 덕이다. 빛과 어둠이 두 배우의 연기와 피아노 반주의 빈 틈을 꼼꼼히 메운다. 이를테면 유괴 당한 아이는 발자국 그림자로 표현하고, 빛은 단출한 세트를 번개처럼 사정없이 때리며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결코 과잉은 아니다.

이날 '나' 역으로 첫 뮤지컬 무대에 선 배우 김하늘은 심약한 듯하면서도 섬뜩한 연기로 객석을 압도했다. 다소 약해 보였던 반전도 그 덕에 돋보였다. 음악과 무대, 연기의 삼박자를 갖춘 웰메이드 소극장 뮤지컬인 셈이다. 11월 14일까지. 1544-1555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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