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틴 폰 바를뢰벤 지음ㆍ강주현 옮김/사계절 발행ㆍ572쪽ㆍ2만9,800원
"서양의 경제와 군사력이 강요한 인본주의는 서양 밖의 국가들을 타락시켰을 뿐 아니라, 서양의 문화와 전통까지 오해하게 만들었습니다."(133쪽) 이스라엘 작가들과의 대화를 주장하다 시리아작가동맹에서 제명당한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가 보내는 경고의 실질적 계기는 세계의 미국화다.
는 아도니스를 포함, 경계를 넘어 통합적 사유의 지평을 연 세계의 지성 27인과의 대담을 실은 책이다. 당대 세계의 변동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그들이 보인 반성과 전망은 궁극적으로 동시대인에게 던지는 구원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저자인 콘스탄틴 폰 바를뢰벤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 과학분과 위원은 프랑스의 문화 전문 채널 아르테 방송국의 후원과 모금을 통해 이 기획을 성공시켰다.
참가자들은 문학 부문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나딘 고디머와 월레 소잉카, 건축에 서정주의자 나마이어와 모더니스트 존슨, 과학에 동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와 물리학자 일리야 프리고진, 철학에 과학철학자 세르와 페미니스트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 정치에 제6대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갈리와 문명충돌론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 역사에 아더 슐레징거와 중국의 역사ㆍ철학자 두웨이밍, 인류학에 레비 스트로스, 종교에 종교철학자 파니카르와 교황청 문화장관 푸파르, 매체ㆍ미디어에 유럽종교학연구소장 드브레와 커뮤니케이션 학자 빌리리오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들이다.
충돌 혹은 공존 사이를 오가는 문명, 불안하게 진보해나가는 과학기술, 영원히 진행형인 민주주의 등 전지구적 문제를 주제로 한 이들의 발언은 학문과 사유의 존재 의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대담자들이 인간의 마지막 구원처로 '시'를 꼽는 것은 문학과 예술에 대한 궁극적 신뢰 때문이다.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가난을 극복한 것은 문화의 힘이었다는 헌팅턴의 진술도 확인할 수 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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