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거리응원전에서 한강변이 도심을 압도했다.
서울시가 18일 발표한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2차전 거리응원전 집객 자료에 따르면 서울광장 등 도심보다 여의도 너른들판(한국일보 주관), 한강 반포지구 등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응원전에 시민들이 훨씬 많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17일 한강변인 여의도 너른들판(여의도 순복음교회 앞)과 반포지구(플로팅아일랜드 앞)에는 각각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다. 반면 거리응원전의 간판이었던 서울광장은 9만명, 올해 새로 만들어진 코엑스 앞 광장은 8만명에 그치는 등 도심에 위치한 거리응원전에는 상대적으로 시들했다.
거리응원전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응원을 하면서 생겨난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다. 이후 한국인들이 2006 독일월드컵 등 한국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달려가 거리응원전을 펼치면서 지구촌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서울광장은 이런 거리응원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강변이 부상하면서 서울광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강변이 거리응원전의 새 메카로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 4년여간 한강 둔치 일대가 특화지구로 지정돼 본격 정비되면서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의도 너른들판의 경우 한강공원 중에서도 가장 넓은 3만8,000㎡의 넓은 잔디 마당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바로 앞 강 위에 수변 무대인 플로팅스테이지가 있어 경관도 수려하다. 한 여름밤에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분수와 야간 조명이 갖춰진 한강변에서 벌이는 거리응원전은 도심 응원전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강 반포지구도 잔디 광장 면적은 넓지 않지만 바로 앞 한강에 인공섬인 플로팅아일랜드가 떠 있어 새로운 강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도심 응원 장소는 교통 체증이 심하고 빌딩 숲에 둘러 싸여 있어 거리응원전을 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코엑스의 경우 경기가 있기 하루 전부터 통행량이 많은 영동대로를 막고 무대 설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극심한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 무더위 속에 아스팔트 위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응원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백호 서울시 언론담당관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서울광장 등 도심 중심으로 이뤄졌던 거리응원전이 한강변으로 옮겨지고 있다"며 "도심의 교통 체증과 삭막한 아스팔트를 피해 시원한 강변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시민들의 발길을 끄는 요인"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걸린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23일 오전 3시30분) 응원전을 2차전과 같은 여의도 너른들판에서 22일 오후 10시부터 연다.
송영웅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