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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콜로서스' 정복보다 소비 좋아하지만… "美는 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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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콜로서스' 정복보다 소비 좋아하지만… "美는 제국이다"

입력
2010.06.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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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 퍼거슨 지음ㆍ김영일 등 옮김/21세기북스 발행ㆍ564쪽ㆍ2만8,500원

미국은 제국인가. 소련 패망 이후 세계의 패권국이 됐음에도 미국은 공식적으로 제국임을 부인한다.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슬로건은 '제국으로 가지 않는다(No to Empire)'였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제국이며, 과거에도 언제나 제국이었다고 의 저자 니알 퍼거슨은 주장한다.

니알 퍼거슨(46ㆍ사진)은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로 중국과 미국의 공생관계를 설명하고, 영국 BBC 다큐멘터리 '돈의 부상(Ascent of Money)'의 진행을 맡아 유명해진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 그는 현대 세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역할을 과거의 제국들과 비교하면서 미국이 제국으로서 걸어온 역사적 궤적과 현 상태를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전망하고 있다.

퍼거슨은 세계사의 대부분은 제국의 역사였으며, 미국은 68번째 제국으로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제국이라고 단언한다. 적대 세력에 맞서 동맹을 조직하는 데 능란한 것은 아테네 제국, 여러 지역에 걸쳐 세력을 뻗치는 것은 알렉산더 제국, 광대한 영토와 인구를 하나의 국가로 융합한 것은 중국 제국, 개방적인 시민권 제도를 수립한 것은 로마 제국과 흡사하다고 한다.

많은 미국인들은 제국을 '해외 영토에서 거주민들의 정치적 대표권을 배제하며 직접 통치하는 체제'라고 가정하면서 미국은 제국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이 독립 당시 동부의 13개 주로부터 태평양 연안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중남미와 필리핀 등을 세력권에 넣은 뒤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제국으로서의 미국의 특징을 분명히 드러낸다.

미국은 사실 영토적 야심이 크지 않았다. 최초의 식민지 하와이 병합은 의회의 반대로 애를 먹기도 했고, 애써 점령한 필리핀은 독립시켜 주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중앙아메리카에서도 니카라과와 파나마 등을 점령해 식민지화하는 대신, 미국 스타일의 정부를 세운 뒤 소규모 군대만을 남기고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는 선에 그쳤다. 대영제국의 간접통치와 유사한 이 접근법을 미 제국의 발전에 적용한 것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었다고 저자는 본다. 그 이후 한 세기 동안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명령하고, 자유를 강제하며, 해방을 강요하는 것이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티와 쿠바를 깨끗이 정리해서 우리 시티은행이 수입을 거둬들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 1909~1912년 국제금융가의 이익에 맞도록 니카라과를 청소했고, 1916년 도미니카에서는 미국 제당업자의 이익을 위해 빛을 가져왔다. 1903년에는 온두라스에서 농업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정의를 실현했다. 우리 해병대는 세 대륙에서 같은 일을 했다." 저자가 미 제국주의에 대한 가장 공격적인 비판이라며 인용한, 미 해병대 스메들리 버트러 장군이 1935년에 한 이 말이 미 제국주의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국은 대영제국에 비해 덜 효과적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무엇보다 미국인들 스스로 제국임을 부인하는 것이 취약점이다. 미국인들은 제국의 시민에 걸맞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 정복보다는 소비에 관심이 많다. 대영제국의 엘리트들은 인도 등 식민지 근무를 열망했지만, 미국의 엘리트들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일하기보다 헤지펀드에서 돈을 벌어 쇼핑몰에 가기를 좋아한다. 이 같은 권력 의지의 결여 때문에, 미국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재평가가 없다면 제국으로서의 수명은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저자의 결론이 뜻밖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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