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남다른 업무추진 속도로 유명하지만 정치적 결단에는 의외로 뜸을 들이는 경향이 있다. 6ㆍ2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국정변화 요구에 응답하는 데 열흘 이상이나 걸린 것이 좋은 예다. 하루 이틀이면 상황 분석이 끝날 만했다. 참모들이 직언 대신 애매한 의견으로 정확한 판단을 늦추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또한 이 대통령의 뜻을 고려한 결과라는 점에서 결국 모든 것이 이 대통령한테서 비롯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14일 정례 라디오연설을 통해 "청와대와 내각의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바꾸고 그에 맞는 진용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미 인적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인사개편의 시기와 방향에 대해 언급한 '희망사항'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뒤였다. 그랬으면 그때부터라도 인선에 속도를 붙여 대통령의 말의 무게를 인식시켜야 했다.
그러나 '7ㆍ28 재보선 이전' 관측만 무성할 뿐 구체적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7월 14일을 지나서야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는 이 대통령이 국정쇄신의 축으로 다짐한 인사개편이 7월 재보선과 아무런 관계가 없듯, 여당의 전당대회와도 무관하다고 본다. 이미 거물급 인사들이 당권 도전에 뜻이 없음을 밝힌 만큼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지방선거에 따른 당의 혼란을 추스를 '관리 당권'을 짜는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그 결과를 굳이 인사개편 구상에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인사개편을 앞두고 청와대나 중앙부처 실무조직에 번진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분위기를 더 이상 끌고 가서는 안 된다. 평소라도 시간이 아까울 터에 남북 대결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마당이니 새삼 말할 나위도 없다.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개편을 서둘러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세대교체' 화두를 던졌으면, 먼저 청와대와 내각에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대통령의 재량권 밖에 있는 여당의 '세대 교체'여부를 지켜보는 듯한 모습은 안 그래도 무성한 정치적 오해만 키울 것이다. 이래저래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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