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퀴벌레 튀긴 걸 먹어 본 적이 있다. 모르고 먹으니 이 역시 단백질을 기름에 튀긴 것이어서 그런지 제법 고소한 맛이 났다.
오래 전 홍콩에 있는 고객들과 중국 상하이에서 세미나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던 중이었다. 퇴근 무렵 교통정체가 워낙 심해 예정과 달리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영어로 된 메뉴도 없어 가이드가 시켜주는 대로 먹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 때 나온 첫 번째 음식이 한 대접 수북이 담겨온 벌레 튀긴 것이었다.
모두들 움찔하는 상황에서 호스트인 내가 음식에 손을 대지 않으면 그 날 식사는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대학 때 메뚜기 튀긴 걸 먹어 본 기억을 되살리며 호기롭게 먹기 시작했다. 고객들도 다음 접시로 바로 옮겨 가긴 했지만 내가 먹는 걸 보더니 조금씩 맛을 보기 시작하면서 무사히 그날 저녁식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다시 상하이에 갔을 때 우연히 현지인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게 바퀴벌레란다. 놀라는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식용이니 괜찮단다. "저런, 생선도 양식보다는 자연산을 우선으로 치는데 하필이면 양식을 먹다니! 다음에는 자연산 바퀴벌레를 한 번…"
필자가 우리 회사 직원들이나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할 때 자주 드는 사례 중의 하나다.
우리는 지금 하나가 된 세계에 살고 있다. 매일 새롭고 낯선 문화와 접하면서 살아야 한다. 문화란 무엇인가? 일종의 사고방식이자, 행동양식 아니겠는가. 대부분의 경우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문화란 없다. 선입견을 버리면 상대방의 문화를 훨씬 이해하기 쉬워질 것이다.
음식은 각 나라의 문화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이고 또 우리가 현실 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타문화이다. 자신의 좁은 잣대로만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를 평가하고 비난한다면 이는 지극히 편협되고 이기적인 행동이 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앞으로 세계를 무대로 그 꿈을 펼쳐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선입견 없이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도 김치찌개를 앞에 놓고 인상 쓰고 있는 외국인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맛있다고 먹는 외국인 중에 누구와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는 뻔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똑같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식성 좋고 음식 안 가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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