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사건은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를 고비로 정리단계에 들어섰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군의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이제 우리는 천안함 순국 용사 46명을 비롯한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짐을 짊어지고 있다.
군 특수성 무시한 감사결과
국방부는 사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외국인 전문가를 포함한 민군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군의 대응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스스로 요청했다. 군 자체적으로 전비태세 검열과 감사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있는데도 굳이 외부기관에 의뢰한 것은 국민에게 한 점의 의구심도 남기지 않도록 하려는 충정과 고뇌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는 군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허술한 대응태세와 보고ㆍ지휘 잘못이 곳곳에서 드러나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군은 국민의 질책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사회도 감사원이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치 않고 일반적 감사기준에 얽매여 군을 온통 부실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았다는 항변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긴박한 현장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고도의 군사전문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군 지휘관들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한다. 침몰 원인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건 발생시간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은 것은 어떻든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조작ㆍ 은폐한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여러 의문에 대한 군의 해명에 귀를 닫았다는 불만이 군내에 가득하다. "문제가 있다"는 전제 하에 모든 논리를 몰아간 느낌마저 있다는 것이다.
현역 최고지휘관인 합참의장에게 포괄적 지휘책임뿐 아니라 중대한 개인적 과오까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논란할 여지가 있다. 3월26일 저녁 합참이 주관한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에 참석한 각군 수뇌부와 민간 자문위원들을 위해 대전 군복지시설에서 합참의장이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곁들인 반주도 문제를 삼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참석한 필자를 비롯해 여러 참석자들이 서울로 돌아와야 했기에 회식시간 자체가 길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늘어지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천안함 사태를 다루는 국회의 자세도 짚어보아야 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ㆍ견제하고, 국민을 대신하여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태 수습에 몰두해야 할 군 주요 책임자들을 수시로 불러놓고는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질문과 비난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준 것은 옳지 않다.
언론 역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보도를 끊임없이 쏟아내며 군이 무능하고 나태한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터무니없는 의혹까지 내세워 군을 질타하고 매도한 결과,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실추되었고 명예는 크게 손상되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토대로 국방부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지휘관 및 군 관계자에 대해 곧 징계 절차를 취할 것이다. 국가와 군에 불행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군 구성원들이 불만을 갖는 그릇된 상황 규정과 판단에 의해 책임을 재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명예와 자존심 지켜줘야
군은 예상되었던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지 못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지만, 대다수 장병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다. 군을 몰아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주고 사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군이 좌절하면 국방도 무너진다. 바로 천안함 도발로 북한이 노리는 것이다.
군은 우리의 안보 환경과 위협을 총체적으로 다시 점검, 국민이 튼튼한 안보를 믿을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군에 남아있는 비효율성과 부조리를 걷어내는데도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더 큰 신뢰를 받는 군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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