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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F기 추락/ 30년 넘은 사고 단골…기종 부품 없어 '돌려막기' 의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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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F기 추락/ 30년 넘은 사고 단골…기종 부품 없어 '돌려막기' 의심도

입력
2010.06.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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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공군의 같은 전투비행대대 소속 F-5 전투기가 또다시 추락했다. 다만 사고 원인에 대해 지난 번과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공군은 3월의 경우 조종사의 비행착각(vertigo)에 따른 추락 사고로 결론 지었다. 임무 수행을 위해 강원 대관령의 구름 속을 뚫고 지나가다 조종사가 순간적으로 방향감각을 잃어 산에 충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황상 조종사의 과실 책임이 배제되는 분위기다. 우선 사고 수역이 기지와 불과 1.85㎞ 떨어진 곳이었다는 점이다. 이날 사고기는 훈련을 마치고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기지 활주로로 계기접근하고 있었다. 조종사의 판단에 따라 눈으로 착륙을 시도하는 시계비행과는 다른 방식이다. 따라서 조종사의 비행착각 가능성이 낮다는 게 군 안팎의 관측이다.

또한 안개가 약간 끼긴 했지만 비행에 별 지장이 없었고, 후방석에 탑승한 박정우 중령은 해당 부대 대대장으로 비행 시간이 2,200시간이 넘는 숙련 조종사였다. 특히 조종사가 낙하산을 착용해 탈출을 시도할 정도라면 의식이 또렷한 상태였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 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신 기체 결함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추정 가능한 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무런 기지에 접근하다 갑자기 문제가 생겨 불시착한 경우다. 엔진 흡입구에 새가 빨려 들어가 엔진이 멎거나 새떼와 충돌하는 경우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공군 관계자는 “어떤 물체든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와 접촉하는 경우에는 큰 충격이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다른 가능성은 기체 노후로 인한 추락이다. F_5 전투기는 2000년 이후 8회에 걸쳐 11대나 추락한 사고 단골 기종으로 꼽힌다. 사고기인 F_5F(복좌)는 1983년 국내에서 생산됐고, F_5E(단좌)는 75년 미국에서 도입됐다. 통상 전투기의 정년이 30년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수명이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F_5 끼리 부품을 빼내 쓰는 돌려 막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F_5는 명령이 떨어진 후 출격까지 시간이 적게 걸려 북한군과 접해 있는 한국군에 중요한 전력이기 때문에 공군은 이를 계속 운용해 왔다. 군 관계자는 “F_5는 조종 시스템이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아무래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부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기종 노후화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F_5는 대만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위스 등 전 세계 26개국에서 운용했거나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군의 다른 관계자는 “F_5는 정비를 잘하면 40년까지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순직한 박 중령은 3월 초 전임 대대장의 추락 사고 이후 부임해 대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전투력 향상에 매진하다 같은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이 더했다. 정성웅 중위는 가장 닮고 싶은 사람으로 박 중령을 꼽으며 최고 조종사의 꿈을 키워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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