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흡연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나라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안심하면 안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근무하면서 25년간 금연운동에 몸담아 온 아시아태평양금연협회장인 할리 스탠톤(67ㆍ사진)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이적인 흡연율 감소에 매우 놀라워했다. 2000년 70%대였던 흡연율이 2008년 4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흡연율 하락에 대해 정부의 건강증진법 도입과 담뱃세 인상 등을 주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8일 개최한 국제금연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스탠톤 박사는 우리나라 흡연율이 크게 떨어지긴 했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28.0%)보다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인구의 10%가 흡연과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한다”며 “금연운동은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지도자가 리더십을 갖고 추진해야 할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설명했다.
스탠톤 박사는 한국 정부에 세 가지를 주문하기도 했다. 첫째가 ‘담뱃값을 더 올려라’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낮아 수요층이 두텁다는 것이다. 호주 국적인 그는 “호주 담배는 20호주달러(약 2만원)”라며 “담뱃값 인상이 담배 수요 감소에 직접적 효과가 있다”고 단언했다. 그간 연구를 종합해 보면 담뱃값을 인상하면 세수가 늘어나고, 흡연율은 감소해 ‘원윈’효과가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정부가 세수 감소를 우려해 담뱃값 인상에 소극적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담배 포장지의 경고를 확대하라는 게 두번째 주문이다. 태국, 호주, 브라질, 뉴질랜드의 경우 담배 포장지의 60%를 흡연위험을 알리는 시각물로 채우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경고 문구 외엔 그런 노력이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마일드’(Mild)나 ‘라이트’(Light) 같은 표현을 사용치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마일드 하거나, 라이트 한 담배가 어디 있겠느냐. 모든 담배는 사망으로 연결될 뿐이다.”
스탠톤 박사는 최근 늘고 있는 한국의 여성 흡연율 문제에 대해 일종의 ‘허영 만족’의 결과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여성은 담배회사의 마케팅 상술로 인해, 청소년은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생각해 흡연율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흡연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망가뜨리지 말라”면서 여성 흡연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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