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에 사상 초유 지각변동 몰고 오나
이번 주 경제계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단연 어윤대(사진) KB금융지주회장 내정자다. 8개월간의 회장공백사태 끝에, 무수한 곡절과 구설 끝에, 국내 최대금융지주사의 CEO타이틀은 결국 어 내정자에게로 돌아갔다.
사실 그의 선임에는 ‘마침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정부 들어 그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한국은행 총재, 이번 KB 회장직까지 요직 인선 때마다 늘 ‘0순위’ 후보로 꼽혔다. 능력이나 경륜, 리더십 등을 갖췄다는 데 큰 이견은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부담과 재산문제 등이 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도 그런 문제들 때문에 또다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뚝심을 발휘하며 KB회장 등극에 성공했다.
그의 등장에 금융권은 벌써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의 선택에 따라, 즉 우리금융지주 인수합병(M&A)에 대해 그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은행권은 사상 초유의 지각변동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쉽지 않은 과정이고 역풍도 많겠지만, 그가 맘만 먹는다면 우리나라 금융사상 첫 세계 50위권의 메가뱅크(KB+우리) 탄생도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어 내정자 본인으로선 우리금융 M&A보다는 ‘관치’나 ‘특혜’로 바라보는 시선을 불식시키는 게 더 급선무다. 그가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자 외신들까지 나서 “정부 지분 하나 없는 민간 금융그룹에 대통령 측근 인사가 온 것을 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는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의 내정 이후 연일 국내 증시에서 KB금융지주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윤대 디스카운트’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어 내정자로선 호된 ‘시장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 KB회장 선임과정에서 경쟁자간 물밑 경합은 매우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 내정자가 그보다 몇 배는 더 힘들 수 밖에 없는 시장의 검증을 어떻게 통과해나갈 지 주목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