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10 남아공 월드컵/ 시끄럽다는데… 부부젤라 왜 자꾸 부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시끄럽다는데… 부부젤라 왜 자꾸 부나

입력
2010.06.17 13:18
0 0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드라마, 월드컵. 축구 선수들이 이 드라마의 주연이라면 '12번째 선수'에 비유되는 관중석의 열띤 응원은 조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30데시벨(db)의 부부젤라 소리 탓에 각양각색의 각국 응원들이 말이 아니다. 곳곳에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그 소리는 좀처럼 잦아들 줄 모르고 있는 상황. 관중석이 부부젤라를 포기하지 못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프리카의 비밀병기

각종 응원들의 특징을 종합하면 이 답이 나온다. 응원가들의 공통점은 단순 반복적이라는 것. 테크노 음악처럼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되는 소리가 성욕과 욕망 등을 고무시키듯, 리드미컬한 응원이 선수들의 성취욕, 승부욕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부젤라처럼 지루하고, 평이한 소리의 경우 그 반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부부젤라 소리는 메시지가 없는 단순하고 평이한 '화이트 노이즈'"라며 "친숙해지기만 하면 듣는 사람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아닌 다른 문화권 선수들의 사기 저하를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응원의 힘 부부젤라

또 하나는 '자기자극'논리다. 무엇을 때린다든가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등 에너지의 발산은 그 자신을 자극하게 하게 되는데 이 자극이 쾌감으로 이어진다는 것. 쾌감은 더욱 더 큰 에너지를 내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부부젤라 소리가 단순한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불어서 소리를 일으키는 그 행동 자체가 쾌감이 되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어린 아이들이 장난감 나팔을 아무렇게나 불어도 나는 소리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제지했을 때 울음을 터뜨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자기자극이 자가발전으로 이어져 응원의 동력이 되는 셈이다.

스트레스 방출구

심리치료요법 중의 하나인 '환기(ventilation)요법'도 부부젤라 붐을 설명한다. 경기에 뛰는 선수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관중도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창한 행복찾기신경정신과의원장은 "마음이 답답할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몸 안의 것을 바깥으로 배출하면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며 "치열한 경기일수록 관중석이 시끄러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대륙별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팀들의 치열한 경기를 관전하는 만큼 남들 못지않은 큰 소리를 내는 부부젤라와 같은 스트레스 방출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부부젤라는 현지서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