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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대토론회] 군사·안보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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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대토론회] 군사·안보 분야

입력
2010.06.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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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한용섭 국방대 군사전략학부 교수ㆍ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관계 대토론회의 마지막 순서인 군사∙안보분야 대담은 천안함 사건으로 고조된 남북 긴장상태의 진단과 대처 방안 등을 놓고 치열한 논전이 벌어졌다. 보수성향의 중진 학자인 한용섭 국방대 군사전략학부 교수와 진보성향의 소장 학자인 김용현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는 정부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주적 개념 부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등의 쟁점에 대해 상반된 논리를 전개했다. 다만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은 낮다" "대북 군사적 제재는 최후의 압박 수단이 돼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의견 접근을 이뤘다.

-군 당국의 대북 심리전 재개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최근 '서울 불바다' 등의 표현까지 동원하며 군사적 보복을 공언했습니다. 지금의 남북간 군사적 긴장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용섭 국방대 군사전략학부 교수= 휴전 이후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늘 있어왔습니다. 비단 천안함 사태가 아니더라도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선군정치를 표방하며 핵무기ㆍ미사일 개발, 서해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꾸준히 군사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우리가 이런 상황들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던 게 문제지요. 천안함 침몰을 날조라며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는 북한의 태도가 긴장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현재의 남북긴장관계는 '강 대 강'이라는 대결구도의 틀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군사적 차원에서는 샅바 싸움을 하면서 실제 행동 전 단계까지 온 듯한 모습입니다. 당연히 천안함 사태가 야기한 측면이 강합니다. 정부가 5ㆍ24조치를 통해 강력한 대북 제재 방안을 쏟아내자 북한의 반발이 뒤를 이었고, 이런 식으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급기야 16년 만에 서울 불바다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국지적 충돌은 물론이고, 전면전 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 미국과 중국은 각각 한국과 북한에 대해 전면전을 방지할 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의 2차례 핵실험을 들어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과대평가하지만 지금 당장 전쟁을 치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물론 북한이 서해 NLL에서 해안포 사격을 한다든가, 남측을 겨냥한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국지적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단 비무장지대나 육상에서의 도발로 이어지기에는 무리라고 봅니다. 병력을 동원한 무력 충돌은 인명 피해가 뒤따르는데 북한은 이런 수준의 위기를 감당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한=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비겁자 게임(Chicken game)'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 엄포를 놓으면 상대방이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먼저 피하는 쪽이 지는 것처럼 비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지요. 북한은 1994년에도 '서울 불바다' 위협을 했지만 올해와 차이가 있습니다. 그 당시 발언은 남북이 얼굴을 맞대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왔습니다. 남북간 대화 채널이 살아있었던 셈이죠. 지금은 남북의 소통 창구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같은 협박이라도 위기를 수직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전쟁 수준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물론 북한도, 중국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습니다.

-결국 대북 심리전 재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심리전은 꼭 필요한 제재 수단인가요.

한= 우리가 새로운 대북 선전 수단을 개발할 필요는 있습니다. 심리전이 중단된 2004년 당시처럼 같은 위치에 동일한 내용으로 심리전을 재개하는 것은 북한을 코너로 몰아 넣을 뿐 효과는 적습니다. 북한은 남측이 선전 수단을 제거한 뒤 사이버전을 들고 나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남한 체제에 대한 비방을 꾸준히 해왔지요. 우리도 심리전 중단 방침을 확정했을 때 이런 일을 내다보고 치밀하게 대응했어야 합니다. 북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또 현 상태로 심리전을 강행하더라도 '천안함 사태는 북한이 저질렀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식으로 철저히 천안함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북한 체제나 김정일까지 비난하면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통제 불능 상황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일부분 동의하지만 심리전 재개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북한의 반발로 인한 안보불안 심리를 야기할 수 있지요. 5ㆍ24 대북제재 조치 직후 증시에서 수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심리전을 강행해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와 안보 불안에 따른 코리아 리스크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적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한 교수님은 심리전의 콘텐츠를 바꾸자고 하셨지만 저는 심리전 자체가 압박 카드로 부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형식과 수단을 통해서도 북한에 우리의 입장을 전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이 더 이상 고조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양측이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긴장 수위를 낮출 수 있을까요.

김=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유발하는 조치는 자제해야 합니다. 북한이 말로써 위기를 조성하는 측면은 있지만, 불바다 같은 발언은 국민 감정을 악화하게 만듭니다.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간 핫라인의 복원입니다. 특히 군사 부문에서 국방부 대 인민무력부, 아니면 그 하위 단위에서라도 직통 라인이 개설돼 우발적인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한= 물론 최선책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자인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북한의 사과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탓에 북한에 책임을 묻더라도 경제 제재, 안보리 회부 등 순차적인 단계를 밟아가야 합니다. 효과 면에서 심리전 재개나 서해합동훈련 등이 확실한 방법이지만 군사적인 제재는 최후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부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미국이 참여를 강력히 희망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 문제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적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요.

한= 북한은 지난 정부에서 한국의 PSI 참가는 전쟁 선포나 마찬가지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가 PSI에 가입했을 때 별다른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는 MD 문제도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들며,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의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점을 들어 참여를 거부했어요. 그 사이 북한은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실험을 두 번이나 실시했지요. 상황이 이런데 우리만 방어체계를 갖추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중국, 러시아가 신경 쓰인다면 그에 걸맞은 반대 급부를 얻어냈어야 합니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걸 깨는 게 북한입니다. 국가 안보를 주변국에 공짜로 내맡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김= PSI나 MD 문제를 남북관계나 한반도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요. 천안함 사태만 보더라도 중국의 대북ㆍ대한반도 영향력은 훨씬 확대됐습니다. 당연히 중국의 의중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지요. 한반도 방어라는 개념에서 볼 때 MD의 생산성은 낮습니다. 북한의 모든 미사일에 대한 대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미동맹 차원에서 MD 참여를 저울질 하는 것인데 중국의 존재를 감안하면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이달 하순 서해에서 실시될 한미합동 대잠 훈련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두 강대국의 역할이 중요할 듯 싶습니다.

김= 천안함 사태 이후 한ㆍ미 대 북ㆍ중의 대결구도를 신냉전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과거 냉전처럼 체계적인 시스템은 아닙니다. 천안함 국면을 배제하고 보면 미∙중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지요. 많은 희생자를 낳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제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 한반도 평화 문제까지 천안함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일과 더불어 천안함 국면을 바꾸기 위한 출구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천안함 문제와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병행해 투트랙으로 끌고 가면서 모든 현안이 천안함 사태에 매몰되지 않도록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죠.

한= 미국은 천안함 침몰 직후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다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자 우리가 요구를 안 했는데도 상하원이 먼저 합동 결의안을 냈습니다. 중국도 한반도의 평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북한이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게끔 대국으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북한이 먼저 공격을 안 하면 한미합동 훈련도 할 필요가 없지요. 중국은 한국과 미국의 결속력이 공고해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원인 제공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데, 북한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지만 북한이 얼마간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핵 능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한=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6~12개 정도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적어도 한반도 내에서 남북간 군사적 균형은 깨진 지 오래입니다. 북한은 비대칭전력 면에서 다양한 도발 방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천안함 사태가 터지자 일부에서는 북핵 문제는 확장억지력으로 대처하고, 북한의 수중 침투에 대해서는 대잠능력을 강화시키고, 또 15만~18만명에 달하는 북한의 특수부대는 국방비를 대폭 늘려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국가 안보라는 것은 특정 사건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습니다. 천안함 사태만 보더라도 조기경보 능력, 즉 지휘통제체제(C4I) 시스템만 제대로 갖췄더라도 얼마든지 현재 전력으로 대처가 가능했지요. 구멍이 생긴 부분에만 올인해서는 안됩니다. 전면전 등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위기 예방이 힘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다만 북한은 2차 핵실험까지 마쳤기 때문에 초보적 수준의 핵기술은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핵무기 소형화와 경량화, 핵탄두 탑재능력 등 북한의 핵능력 진화를 막는 것이 관건이지요. 다시 말해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한국과 미국, 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북한은 북미관계가 악화했을 때 핵능력을 확장시켜왔습니다. 북한에 빌미를 주는 부분을 최소화하려면 6자회담 재개 등 핵 억제력를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한 것은 6자회담이 중단돼서가 아니라 선군정치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까지 세습체계가 확립되면 북한의 핵포기는 정말 힘들어집니다. 가령 러시아는 과거 브레즈네프 서기장 시절까지 핵확산을 꾀하다가 고르바초프 서기장에 이르러 미국과 핵군축에 동의했습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업을 단칼에 폐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북핵 관리 차원에서 6자회담은 긴요할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핵 해체는 어렵습니다.

김= 흔히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체제보장 등 북한에 선물을 안겨준다면 핵 포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평화협정 체결, 후계체제 안정, 경제 지원 등 정교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 6자회담을 다시 열더라도 북한이 핵을 버릴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는 최소한의 틀은 유지돼야 합니다.

-남북간 군사력을 비교하면 재래식 전력에선 남측이 크게 우세하지만 북한은 비대칭 전력에서 남한에 앞선다고 합니다. 가속화하는 한반도의 군비 경쟁을 통제할 방법은 없을까요.

김= 군사력을 둘러싼 남북간 경쟁이 심화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상당기간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천안함 사태로 인한 불신의 고리를 차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군사적 압박은 최선책이 아닙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이 하면 우리도 한다'는 식의 사고는 냉전적 인식에 기인합니다. 남북관계만 보더라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개성공단 활성화, 인도적 지원 문제 등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한= 북한은 일종의 상수(常數)입니다. 북한 자체가 변해야 악순환 구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중국도 깜짝 놀랐습니다. 중국이 요즘 6자회담 재개에 적극 나서는 것도 북핵 문제는 이미 자신들의 손을 떠났다는 판단 하에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자는 다급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북한 스스로 변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 계기가 언제 마련될 것이냐는 점입니다.

-2004년 국방백서에서 빠졌던 주적 개념이 올해부터 부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주적 개념 문제를 공식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냉전시대로의 회귀가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요.

김= 주적 개념은 1995년 이전에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용어입니다. 1994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 관리의 발언에 충격을 받아 처음 등장했습니다. 물론 적이 없는 군대는 있을 수 없지요. 지난 정부도 주적 개념을 없애면서 북한을 현존하는 군사 위협으로 명시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군이 충분히 북한을 주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봅니다. 탈냉전 시대에 굳이 주적이라는 냉전의 유물을 끄집어 내는 것은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는 일입니다. 북한을 어느 한 쪽으로만 규정하면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관계를 단절하게 만드는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한= 어려운 문제입니다. 참여정부는 청와대에 군 장성들을 모아놓고 남북간 화해ㆍ협력시대에 주적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6ㆍ15공동선언 이후에도 군대에는 적 개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군사적으로 적은 분명 존재합니다. 남북이 여전히 대결 상황에 처해 있고 북한은 선군정치를 포기하고 있지 않은데, 한국군을 타깃으로 삼는 적을 규정하는 개념을 없애서야 되겠습니까.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임을 명시한 국제공동조사단의 발표까지 나왔는데도 조작을 운운하는 현실입니다. 국가 안보의 제1의 책임자는 결국 군입니다. 군의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서라도 주적 개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원은 최근 미 국방부에 전작권 전환 시기 조정이 필요한 조건에 대해 검토해 보고하라는 결정을 했습니다. 2012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시점을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한=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모두 동의해 타결됐습니다. 전환 연기도 양국 정부가 합의만 한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2006년 전작권 전환 타결 당시 한미 양국은 남북관계가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합의서에 서명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했고, 천안함 도발을 일으켜 우리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양국 정부가 전환 시점으로 명시한 2012년 4월 17일까지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수행 능력이 목표치에 미달한다면 재논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2012년 이후로 전작권을 연기한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생기면 또다시 전환 시기를 미뤄야 합니다. 2006년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우리 정부가 작전권을 행사하는 데 미군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연기 자체를 당연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1년 이상 남아 있는 기간 동안 현재의 남북관계와 전작권 전환에 따른 문제점 등을 세심히 살펴 보완해 나가면 됩니다. 전작권 전환은 우리의 요구만이 아니라 세계 군사전략 재편 차원에서 미국도 원했던 사안이었습니다.

-천안함 사태로 정전협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당장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평화협정을 앞당길 수 있을까요.

김= 치킨게임을 연상시키는 남북 사이의 대결 국면은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천안함 문제가 유엔으로 이관된 자체가 이미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최종 출구는 6자회담 재개가 될 것입니다. 단 6자회담 재개와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동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에 진전이 있어야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하다고 보는데, 북핵 문제해결과 북한의 핵포기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 과정을 병행해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견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도 한국이 평화협정의 당사자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한국을 빼놓고 반대 급부만 챙기려 한다면 고립에서 영영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한= 당분간 천안함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북한도 지금처럼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됩니다. 천안함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북핵 6자회담을 통해 대화 국면으로 서서히 전환되리라고 봅니다. 6자회담은 그 동안 핵을 보유한 북한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또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를 억제하는 중간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9ㆍ19공동성명에서 약속한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평화포럼이 열릴 것입니다. 평화포럼은 남북간 정정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포함,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회복,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룹니다. 특히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돼야 합니다.

-6ㆍ15공동선언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반도의 위기 지수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6ㆍ15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한= 북한은 그 동안 핵실험을 두 차례나 강행했습니다. 군사적 위협 수위도 도를 넘어서고 있지요. 김대중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6ㆍ15선언의 성과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6ㆍ15선언은 천안함 침몰과 함께 사실상 좌초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10년간 북한에 대해 정치와 경제를 분리 대응한 결과가 천안함 사태입니다. 이제는 북한에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든, 핵무기를 없애든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해야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해야 합니다. 이럼 점에서 천안함 사태는 중대한 도전임과 동시에 잘만 해결되면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 저는 남북이 대결로 치닫는 지금이야말로 6ㆍ15 정신이 다시금 부각될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합니다. 6ㆍ15의 성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속적인 남북관계를 위한 해결책은 결국 대화와 협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추상적인 수사로는 북한이 변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어떤 위기가 닥치든 그들 나름대로 상황을 끌고 가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얽히고 설킨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어진 대화, 화해, 협력의 가치는 현재도 유효합니다.

● 한용섭 국방대 군사전략학부 교수

1955년 경남 진주 출생

1978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91년 미국 랜드대학원 안보정책학 박사

1999~2000년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위원

2005~2008년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소장

2004ㆍ2007ㆍ2008년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1994년~현재 국방대 교수

2007년~현재 한국 평화학회 회장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1967년 전남 담양 출생

1991년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2002년 동국대 정치학 박사

2002∼2006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전임연구원

2002∼2006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2006년∼현재 동국대 북한학과 조교수

2007년∼현재 북한연구학회 이사

2009년∼현재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사회= 이계성 논설위원

정리=김이삭기자 hiro@hk.co.kr

이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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