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는 SBS TV가 시청률을 독점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시청자들의 선택은 다양했다. 한국팀 경기조차 안 보고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한 국민도 많다. 12일 그리스와의 조별 1차전 시청률은 47.5%(AGB닐슨) 수준이었다. 인터넷, 극장 스크린, 거리와 광장의 집단시청을 감안하더라도 예상(70%)에 한참 못 미쳤다. 같은 시간대 방영된 KBS 2TV 주말연속극 는 22.3%를 기록했다. 다음날 마지막 회 시청률은 무려 36.9%로, 슬로베니아와 알제리 경기(10.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한국과 북한 일본 등 몇몇 관심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월드컵 중계시청률은 10%대로 나타나고 있다. 같은 시간대 MBC 드라마 (29.1%), KBS1 (19.3%), KBS2 (16.9%)보다 낮다. 축구보다 다른 프로그램을 선택한 시청자가 많다는 얘기다.
같은 경기를 여러 방송이 동시 중계할 때마다 제기된 문제가 '시청자 채널선택권'이었지만 사실 그것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 몰랐다.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생각하지 않고 시청률 경쟁을 벌이느라 단독중계나 순차편성을 해본 적이 없어 구체적 자료가 없었다. 그래서 방송사는 이를 무시해왔다. SBS의 월드컵 독점중계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아무리 국민적 관심이 높은 행사라도 더 이상 중복중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SBS의 독점중계가 100% 옳았다는 말은 아니다. 채널선택권 못지 않게 다양한 해설의 중계도 시청자들은 원한다. 독점중계는 다른 프로그램의 무더기 결방을 초래해 채널 안에서의 다양성을 해친다. "SBS가 축구채널이냐" 라는 비난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답은 하나다. 방송의 다양한 시청자 채널선택권, 한 채널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 시청권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동 중계를 하되 순차 편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방송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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