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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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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가뱅크

입력
2010.06.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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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KB금융지주의 회장으로 내정됨과 동시에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논의가 본격화했다. 은행의 몸집을 키우는 가장 손쉬운 방편인 합병의 대상 후보는 일부 달라졌지만 '세계 50위 안에 드는 은행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기본 논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와 똑같다.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원전 수출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UAE측이 '50위권 은행'의 보증을 요구해 영국계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의 힘을 빌려야 했던 경험이 메가뱅크를 향한 정부의 의지를 부추겼다는 관측도 무성하다.

■ 메가뱅크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이웃 일본의 경험을 적잖이 참고했을 법하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지켜본 마당에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이나 3대 메가뱅크인 JP모건체이스와 시티, BOA가 새삼스럽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또 시장경쟁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유럽계 메가뱅크를 주된 참고서로 삼기에는 금융불안의 불씨를 다스려야 하는 한국적 요구와 거리가 멀다. 국제적 경쟁력을 염두에 두는 동시에 금융불안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 정확히 들어맞고, 지리적으로 가까워 관련 정보도 풍부하기로는 일본의 메가뱅크 만한 게 없다.

■ 일본의 시중은행이 3대 메가뱅크로 재편되는 신호탄은 2000년 5월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MHFG)이 올렸다. 다이이치캉쿄(第一勸業)ㆍ후지(富士)ㆍ니혼코교(日本興業) 은행 등이 합병해 미즈호로 거듭난 이듬해 각각 3개 은행을 묶은 미쓰비시도쿄(三菱東京)은행과 UFJ은행, 스미토모(住友)ㆍ사쿠라 은행을 합친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은행이 잇따라 태어났다. 2005년 미쓰비시도쿄와 UFJ의 합병으로 미쓰비시UFJ 은행이 출범한 이후 정착된 3강 체제는 세계적 금융불안 속에서도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 혹독한 경험도 겪었지만, 자산규모가 워낙 커서 내실에 치중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3월말 연결결산에서 미쓰비시UFJ가 202조엔, 미즈호가 156조엔, 미쓰이스미토모가 123조엔에 이르렀다. 반면 합병 주도권을 염두에 두고 덩치 키우기를 거듭해온 국민ㆍ우리ㆍ하나은행이 각각 약 263조원ㆍ285조원ㆍ156조원이다. 다 합쳐야 메가뱅크의 기준인 5,000억 달러에 턱걸이할 수 있을 뿐이어서 대외 제휴 없이는 국제시장의 실력자가 되기 어렵다. 우리은행 정부 지분의 완전매각을 기대할 수 없어 관치 논란도 이어질 터라서 무엇을 위한 메가뱅크 논의인지 아리송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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