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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18일 김현 20주기 심포지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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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18일 김현 20주기 심포지엄 개최

입력
2010.06.1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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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지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진흙뻘에 놀던 거북이 바다로 떠난 지도 20년이 흘렀다. 1990년 마흔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문학비평가 김현은, 그가 사랑했고 그를 사랑했던 후배 문인들에겐 잊혀질 수 없는 신화로 남았으나 그 라이벌들에겐 넘어서야 할 우상이기도 했다. 때로 신화 만들기 한편으로 우상 파괴가 평행선을 긋듯 했지만, 20년이란 세월은 그 격정에서 다소간 초연해질 수 있을 만한 거리다.

김현 신화의 아성이랄 수 있는 문학과지성사가 18일 서울 마포구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개최하는 김현 20주기 문학 심포지엄에도, 그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다. '말들의 풍경과 비평의 심연'이란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 주제 발표자 3명 중 김형중 조선대 국문과 교수를 제외하면 이른바 '문지 그룹' 바깥 사람들이다. 토론자로 나서는 이광호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문지가 주최하는 자리지만 비문지적 시선도 골고루 수용하려는 취지가 깔려 있다"며 "이제는 좀 더 넓은 시야에서 김현 선생을 평가할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첫 발표자로 나서는 박성창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김현의 초기 비평과 한국비평의 새로운 가능성'이란 발표문에서 "김현 비평을 일방적 찬사를 통해 옹호하는 일이나 그의 비평을 수사적 전략으로 폄하하는 일 모두 (김현을) 특정한 비평적 에콜에 가두는 것"이라며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검토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김현을 '4ㆍ19 세대의 비평가'라는 세대론적 관점에서 건져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4ㆍ19 세대 비평가의 선두주자" "모국어의 감수성을 제대로 표현한 첫 한글세대" 등의 찬사나 세대론적 인정투쟁의 논리로 그를 폄하하는 시각 모두 감정적 수사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형중 교수는 '문학, 사건, 혁명'이란 발표문에서 김현의 비평을 통해 정치와 문학의 관계를 살펴본다. 그는 "정치적 혁명이 곧바로 문학적 혁명이 될 수 없으며 그것을 잇는 문학적 방식이 중요하다"면서 그 단초를 김현 비평에서 찾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김 교수는 "김현 선생은 4ㆍ19나 5ㆍ18 등 정치적 사건을 문학만의 방식으로 매개하려 했다"며 "문학과 정치의 관계가 여전히 중요한 지금 시대에서도 김현을 읽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심포지엄에는 소설가 이인성씨가 스승 김현에게서 받았던 편지를 낭독하며 고인을 회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김현이 1977년 대학을 갓 졸업하고 소설을 습작하고 있던 이씨에게 보낸 이 편지엔, 외롭고 고통스러운 청춘을 보내는 지금의 젊은이들도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가짜로 살고 가짜로 싸우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아플 때 아프다고 소리 지르지 마시오. 그 순간에 아픔은 말이 되어, 아픔을 잃어버리게 될지 모르오. 삶 속에서 아픔의 등가물을 찾도록 애를 써 보시오."

이인성씨는 "내가 당시 감정적으로 과장된, 한마디로 징징대는 편지를 써 보낸 데 대한 답장이었다"며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배설하지 말고 고통의 등가물을 찾아보라는 선생의 권유는 요즘 청년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얘기"라고 말했다. 이 편지에서 김현은 "갈수록 나는 개새끼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오. 삶이란 게 개새끼가 되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삶이란 것도 참 한심할 것이오"라며 문학적 작업 뒤의 허탈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현에 대한 평가가 무엇이든, 그가 작품과 작가의 내밀한 뿌리로 들어가 작품과 비평이 한 몸이 되는 '공감의 비평'이란 경지를 열었던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광호 교수는 "공감의 비평은 지금은 한국 비평의 주류가 됐다"며 "선생은 또 작품과 작품, 작품과 문화적 상황 사이의 의미를 짚어내는 '맥락의 비평'도 펼쳤으나, 이 부분은 지금 비평계에 여전히 부족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현의 고향인 전남 목포시는 올해 말 개관을 목표로 김현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학과지성사는 유족의 위임을 받아 그간 수집한 김현에 대한 각종 자료와 그가 남긴 서신과 메모, 일기, 그림, 병상 일지, 의류와 신발 등을 문학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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