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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여행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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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여행과 맛

입력
2010.06.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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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지는 숨기고 혼자서 즐기는 것이 내 여행법이다. 맛있는 밥집도 마찬가지다. 숨겨놓고 혼자 먹어야 그 맛이 오래가는 법이다. 좋다고 소문이 나면 쉽게 제 모습, 제 맛을 잃어버린다. '내 마음의 장소' '내 마음의 밥집'은 찾기보다 지켜내기가 힘든 법이다.

지난 주말과 휴일을 '채송화'란 이름으로 모여 시를 쓰고 동인지를 내는 시인들과 경주에서 보냈다. 1년에 몇 번씩 전국을 돌며 모임을 가지는 가족 같은 동인모임이다. 경주는 그 전 주에 방송된 '1박2일'로 가히 전쟁터였다. 곳곳에 주차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방송을 흉내 내 유명 문화재를 둘러보고 기념스탬프를 찍는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경주 가까이 살다보니 경주를 자주 찾는 편인데 그런 인파는 처음이었다. 나는 그 북새통을 피해 경주에 숨겨둔 내 마음의 장소와 밥집으로 시인들을 안내했다. 내가 즐겨 찾는 오래된 왕릉과 경주식 밥집이었다.

다들 경주에 여러 번 왔다갔지만 숨어있는 고즈넉한 아름다움과 전라도 밥상에 뒤지지 않는 신라의 맛에 두 곳 다 별 5개의 평점을 주었다. 내심 흐뭇해하며 돌아오다가, 아차! 내가 내 여행법을 어겼다는 것을 알았다. 다들 예리한 눈을 가진 시인이니 오죽하랴. 엎질러진 물이었다. 모임 카페에 이내 시와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이미 그곳은 '점령지'가 되어버렸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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