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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꿈' 깨진 후엔… 중도 탈락한 선수 20%가 폭력 등 탈선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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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꿈' 깨진 후엔… 중도 탈락한 선수 20%가 폭력 등 탈선 경험

입력
2010.06.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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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파서 대포주사(스테로이드)를 맞았어요. 독이라는 것쯤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스카우터에게 저를 보여줘야 했어요. ‘뚝’소리와 함께 끝장났죠. 어머니가 울고 있었어요. 울지 말라고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었어요. 저도 울고 있었으니까.”(임OOㆍ27ㆍ전 농구선수)

누구나 박지성을 꿈꾸지만 아무나 박지성이 될 수는 없다. 스타 플레이어를 꿈꿨던 수많은 학생 운동선수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운동장을 떠나 교실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교실은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대부분은 한숨을 내쉰다. “학교에 내 자리가 없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고려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지난해 7~9월 중학교 및 고교 운동부 중도탈락 학생 400명을 설문 조사하고 40명을 대면 조사해 ‘중도탈락 학생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도 탈락 학생선수의 가장 큰 고민은 ‘학습 능력의 부족’이었다. 운동을 그만둔 뒤 자신의 성적이 하위권이라고 답한 학생 비율은 62%에 달했다. 설문 조사에 참여했던 전 아이스하키 선수 조모(19)씨는 “학교 오면 불편했어요. 불안하고, 소화가 안 될 정도였어요”라고 털어놨다.

책임 연구자인 류태호 고려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는 “대부분 학습 능력 부진을 시작으로 교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결국 주변인으로 도태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실에서 밀려난 이들은 결국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게 류 교수의 지적이다. 설문에 응했던 학생 중 ‘운동을 그만둔 후 비행 폭력을 한 적이 있다’는 항목에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8.8%. 보통이다라고 답한 이(11%)까지 더한다면 전체 10명 중 2명 가량이 탈선을 경험하거나 유혹이 빠져본 적이 있는 셈이다.

지난해 체육과학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학생선수는 14만명 가량. 이 가운데 중학교 1학년께 운동을 시작해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은 100명 중 7명(7%)에 불과했다. 특히 고3 학생의 절반(55%) 가량은 대학의 문턱에서 좌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꿈을 포기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부상. 김상범 중앙대 체육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은 진학을 위해 부상을 감추고, 코치 감독은 강압적으로 견디라고 주문한다. 그러다 결국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운동부 내에서의 폭력과 구타, 기합,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불안한 미래(33.3%), 경기성적의 스트레스(25.3%), 부상(21.2%), 코치 감독과의 불화 혹은 폭력(31%) 등 이유로 들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학생 운동선수를 위한 전문 상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에서 운동을 그만 둘 때 상담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한 학생이 25%에 달했다.

또한 학습권 보호를 위해 학교별 학습지원센터나 학습 멘토링 제도를 통해 이들이 학교로 돌아왔을 때도 학업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이들의 중도탈락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며 “학교에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제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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