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당장 유엔 안보리 논의에서 단호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를 넘어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가이다. 잠수함이 다른 나라 영해에 들어가 군함을 격침한 행위는 전쟁행위다. 만약 우리 해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해 전쟁에 돌입할 수도 있었다. 북한이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고는 이런 도발을 감행할 수 없는 일이다.
핵 불균형이 도발 부채질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교류 협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10여 년 간 북한의 도발은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핵실험을 통해 핵 보유국으로 행세하는 북한은 어떠한 도발을 하더라도 남쪽이 군사적으로 반격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의 핵 불균형을 해소하는 확실한 억제력을 갖지 못한다면 북한의 대담한 도발은 언제든 반복될 개연성이 높다.
어떠한 도발에도 우리에게 냉정과 자제를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억제력을 구축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엄청난 보복능력을 가짐으로써 도발을 단념하게 하는 방법, 즉 핵무기를 통한 억제이다. 다른 하나는 충분한 방어 능력을 갖춰 공격을 단념하게 하는 것이다.
핵 억제보다는 새로운 포괄적 억제력을 구축해야 한다. 그 첫째는 미사일 방어(MD)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사상은 핵 의존을 줄이고 방어를 통한 억제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동맹국에 제공하던 핵우산은 점점 MD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존재감이 사라지는 핵우산만을 강조하고 MD는 북한과 중국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자제한다는 도덕적 입장을 지켰다.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매우 취약하다.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인 800여기의 탄도미사일 전력에는 무방비 상태다. 수도권을 겨냥한 전술미사일 방어망도 구축해야 하고, 이지스 함의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도 조속히 갖춰야 한다.
둘째로 재래식 초정밀 공격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핵무기의 엄청난 파괴력을 대신하는 초정밀 무기로 북한의 주요 전략 목표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 60대 가량인 F-15K급 전폭기를 100대 이상으로 늘리고 북한의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신형 벙커 버스터를 도입해야 한다. 노후화하고 있는 KF-16 전폭기들도 정밀폭격이 가능하도록 레이더 등 전자장비와 탑재무기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선제 타격 독트린 천명을
마지막으로, 적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는 미사일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독트린을 천명해야 한다. 탄도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임박했을 때 미사일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는 국제적으로 자위권으로 인정되는 추세이다. 이웃 일본도 1950년대 말부터 적 미사일기지 선제공격 독트린을 표방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와 초정밀 재래식 타격능력, 그리고 미사일기지 선제공격 독트린에 입각한 새로운 포괄 억제력은 북한의 도발을 막기에 충분한 전쟁 억제력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다. 물론 군사 수단보다 정치 수단이 북의 도발을 예방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도발을 억제하는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어떠한 정치적 수단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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