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세대교체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젊은 정치인을 내세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의식과 노선을 가진 젊은 리더들이 자기 성찰의 토대 위에서 전면에 나서야 진정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지 젊은 지도자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세대교체는 바람직하지만 그 기준이 물리적 나이는 아니다"며 "참다운 세대교체는 의식과 마음가짐의 세대교체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장은 "17대 국회부터 여야 모두 세대교체를 서두른 결과 18대 국회가 폭력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에서 정체성과 원칙이 사라진 것도 경륜 있고 양심적인 나라의 원로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세대교체론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나라당의 문화와 사고방식, 지도부 구성 등이 민주당에 비해 경직돼 있다"며 "이를 젊고 유연하게 바꾸려는 시도는 의미를 갖는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지도부와 사고방식 등을 바꿔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당 쇄신 차원의 세대교체론이 효과를 거두려면 당ㆍ청, 여야, 당과 국민과의 관계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정치인 스스로 정치철학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에서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초선 의원 다수가 계파정치를 해왔다"며 "소장파들이 계파 정치를 하고 야당과의 투쟁에 앞장서 온 데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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