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총국 공작원입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조한창) 심리로 열린 '황장엽 암살조' 첫 재판에서 남파간첩 김명호(36)는 직업을 묻자 낮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함께 남파된 동명관(36)은 아직 법정에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교도관은 "(동은) 긴장이 됐는지 화장실에 갔다"고 전했다.
몇 분 뒤 동이 피고인석에 서자 재판부는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나 그는 천장과 바닥을 번갈아 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질문을 바꿔 "공소장에 기재된 것이 (공작원) 직업이냐"고 묻자 짧게"네"라고 답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한 혐의(국가보안법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들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 안팎은 첩첩 경비로 삼엄했다. 둘의 키는 170cm 초반으로 비슷했지만 김은 갸름한 얼굴형에 날렵한 체격인 반면, 동은 둥근 얼굴형이지만 매서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변호인석은 무장 법정경위 2명과 무술교도관 2명, 일반교도관 5명으로 둘러싸였고, 방청석과 출입문 근처에는 사복경찰관 10여명과 법원 경위 5명이 배치됐다. 뿐만 아니라 법원 밖에는 기동대 버스 3대에 90여명의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이 돌발행위를 하거나, 무엇보다 국내에 거주하는 고정간첩이 김과 동에 대한 테러를 자행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재판부도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방청을 제한했다. 기자와 사건 관련 공무원의 출입은 허용했으나, 기립 방청은 금지해 법정 좌석수인 34명만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 전 신분증 확인 절차를 진행했고, 성명 전화번호 주소를 기재토록 했다.
철저한 경비 속에 진행된 이날 재판은 김과 동이 혐의를 모두 인정해 30분만에 끝났고 곧바로 다음 기일인 23일 결심공판이 진행된다. 비슷한 시각 다른 법정에선 북한 보위사령부에 포섭돼 수년간 간첩 활동을 해온 한국인 마약사범 김모(55)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김씨 역시 혐의를 모두 인정해 마약 관련 범죄만 추가 기소된 뒤 곧장 결심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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