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그리고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동산 시장.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들은 이 두 가지가 하반기 한국경제의 가장 치명적 뇌관이 될 것으로 꼽았다.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상반기처럼 양호하겠지만, 만약 정책적 실기나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화학반응을 일으킬 경우 강력한 폭발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발표(24일)를 앞두고 16일 한국일보가 국내 5대 경제연구원장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제기상도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론이다. 설문에는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이 참여했다.
하반기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불안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4명이 가계부채를 꼽았다. 김주현 원장은 "부채 증가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소비가 늘어야 경기가 살아나는데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이 뇌관이 될 것이라는 답변도 많았다. 자칫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 → 부동산담보대출 부실화 → 한계 가계 파산 →경기 침체 → 부동산 시장 악화 가속의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것에는 반대 입장이 많았다. 현오석 원장은 "당장 건설 경기를 부양하고 싶겠지만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이런 불안요인에도 불구, 하반기 한국 경제는 탄탄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상반기보다는 회복속도가 좀 둔화될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래도 상승흐름 자체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5명의 연구기관장 모두 같은 의견을 냈다.
때문에 출구전략(금리인상)도 더 늦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공통적 의견이었다. 김영용 원장은 "미국의 금융위기, 일본의 장기침체 모두 저금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신속히 저금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나라밖 변수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전망에서는 거의 한 목소리를 냈다. 유로존 붕괴 같은 파국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 김태준 원장은 "당분간 시장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구원장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정책과제의 차질 없는 이행을 촉구했다. 특히 지방선거결과 같은 정치적 환경변화 때문에 개혁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어선 안된다는 것. 정기영 소장은 "하반기에 정책 방향에 혼선을 빚을만한 변수들이 많은 만큼 정책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 밀고 나가야 된다"며 "지방선거 영향으로 주요 경제현안이 추동력을 잃고 표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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