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이 지구 지키기에 나선다. 별스런 초능력을 지닌 어느 가족의 활약상을 다룬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과 같은 수퍼 히어로 영화는 아니다. '노 임팩트 맨'은 친환경적 생활로 지구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가족의 1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작가인 40대 뉴요커 콜린 베번은 1년간 일회용 제품을 쓰지도 않고, 화학연료를 이용한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400㎞ 이내에서 재배되고 길러진 농축산물만 먹기로 결심하고, 전기까지 끊는다. 아이스 에스프레소를 하루라도 거르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아내는 입을 삐죽거리지만 그는 요지부동이다. 네 살 난 딸 아이를 안고 9층을 매일 오르내려야 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키우는 벌레 때문에 집안은 파리 천지가 된다. 그의 극단적 시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이어진다. "케케묵은 코미디이거나 자기 홍보 수단이다." "현실을 직시하라."
극단적인 환경운동가의 일상을 다루지 않아 더욱 설득력을 지닌 영화다. "당신의 아내는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베어 만든 종이에 미국의 기업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글을 쓰는데(베번의 아내는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칼럼니스트다)…"라는 이죽거림 등을 들으며 베번이 정치적 실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철저히 생각하고 실천하기보다 일단 실천을 한 뒤 서툰 생각을 다듬는 베번의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한 가족의 친환경 실천이 지구에 뭐 대단한 순기능을 할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단 행동에 옮기라"고 영화는 권한다. 베번은 자신의 친환경 실천을 같은 이름의 책에도 담았다. 감독 로라 가버트, 저스틴 쉐인. 17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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