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가 싶더니 장마가 시작됐다. 땀을 많이 흘리고 기가 허해지는 여름에는 무엇보다 섭생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몸을 위해 제철 채소와 과일 등 좋은 것만 골라 먹어도 음식궁합이 안 맞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잘못된 만남'으로 잃어버리고 있는 영양을 되찾는 법을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좋은 음식도 궁합이 맞아야
하나하나는 전혀 손색 없는 영양 식품이지만 잘못된 만남으로 영양 손실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이와 당근(또는 무)의 만남이다. 이 둘은 비타민 C가 풍부하고 보쌈의 무생채나 나박김치 등에 나란히 들어가 서로의 맛과 향을 배가한다.
문제는 오이에 있다. 오이를 썰 때 나오는 아스코르비나제라는 효소가 비타민 C를 파괴한다. 따라서 오이는 가급적 당근이나 무와 함께 조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굳이 함께 써야 한다면 아스코르비나제를 약화하는 식초를 넣는 방법이 있다.
미역과 파도 궁합이 맞지 않는 결합이다. 파에는 비타민도 풍부하지만 유황과 인도 들어 있어, 미역의 칼슘이 이들을 중화하는 데 모두 허비된다. 치즈와 콩도 칼슘을 파괴하는 결합이다. 콩에 들어 있는 인산이 치즈의 칼슘을 만나 인산칼슘으로 변한 뒤 고스란히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호흡기가 좋지 않은 사람은 도라지를 많이 먹는데, 도라지는 돼지고기와 상극이다. 도라지에는 기침, 가래, 천식 등 기관지 질환에 좋은 사포닌이 풍부한데, 돼지고기의 지방이 그 효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단순히 영양손실을 부추기는 데 그치지 않고 몸에 해를 끼치는 결합도 있다. 시금치와 두부는 그 자체만으로는 최고의 식품이다. 하지만 둘이 만나면 결석을 만들 수 있다. 시금치의 옥살산과 두부의 칼슘이 만나 만들어지는 수산칼슘은 불용성이라 몸에 흡수되지 않고 결석을 유발할 수 있다.
딱 한 숟가락 넣은 그것이 문제
건강을 위해 챙겨 먹은 식품에 딱 한 숟가락 넣은 첨가물이 화근이 될 수도 있다. 토마토는 대표적인 건강식품이지만 단맛이 적어 아이들은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좋지 않은 습관이다. 토마토에 들어 있는 비타민 B군이 설탕의 당분을 소화하느라 모두 소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마토에는 비타민 외에도 무기질과 칼슘, 칼륨 등이 풍부하니, 아이들이 굳이 설탕을 고집한다면 비타민 B군을 포기하고서라도 먹이는 게 낫다.
우유에 넣는 설탕 한 숟가락도 마찬가지다. 설탕이 우유의 비릿한 맛과 함께 비타민 B1도 앗아간다. 물론 당의(糖衣)를 한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 먹는 경우에도 비타민은 포기해야 한다.
여름에 떠올리는 음식 중의 하나는 팥빙수다. 팥은 비타민 B1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다만 팥은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팥을 빨리 익히려고 소다를 한 숟가락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 한 숟가락이 팥의 비타민 B1을 모두 파괴할 수 있다.
조리법에도 궁합이 있다
음식끼리 궁합도 중요하지만 요리 재료에 맞는 조리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양배추나 옥수수, 단호박 등 단단한 채소는 찜이 적당하다. 채소를 찔 때에는 처음부터 넣고 찌면 비타민 손실이 크므로 냄비에 체를 받친 후 물부터 끓이다가 50~60도로 찌는 것이 좋다.
시금치 등 푸른잎 채소는 살짝 데치는 조리법이 적합하다. 보통 물을 적게 넣어야 빨리 데쳐져 영양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물의 양이 충분해야 수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아 빠른 시간에 데쳐낼 수 있다.
호박, 파프리카, 토마토 등 카로틴이 풍부한 식품과, 버섯 등 비타민 B군 식품은 기름에 볶아야 더 흡수가 잘 된다. 감자처럼 수용성 비타민(비타민 C)가 풍부한 재료는 튀김을 하면 영양 손실이 적다. 또 호박이나 당근처럼 지용성 비타민(비타민 B)가 풍부한 재료는 튀기면 흡수력이 좋아진다. 튀김 기름으로는 비타민 E가 풍부하고 열에도 강한 옥수수기름이 적당하다. 올리브기름은 영양 면에서는 좋지만 열에 약한 것이 흠이다. 옥수수 기름은 190도에서 18시간 가열해도 비타민 E의 80%가 보존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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