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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SBS가 수익 낸다면 한국대표팀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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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SBS가 수익 낸다면 한국대표팀에 감사를…

입력
2010.06.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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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이지만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다. 아버지의 국적은 한국, 어머니의 국적은 '조선'이다. 월드컵에 참가하려고 북한 대표선수가 됐다. 지난 16일 남아공 월드컵에서 정대세는 북한 국가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한반도 어느 곳도 밟을 수 있었지만 어디 소속도 아니었던 그는 월드컵에서 나라의 이름을 걸고 축구를 할 수 있었다.

수준 높은 축구 경기라면 전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챔피언스리그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월드컵에 열광하는 건 그곳에 축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꿈과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무대를 다시 밟는데 12년이 걸린 이동국의 심정은 지금 어떨 것이고, 이번에도 조국 웨일즈가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해 평생 한 번도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하는 세계적인 선수 라이언 긱스의 마음은 또 어떨까.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감동을 제대로 전달받을 수 없다.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는 SBS가 거리의 전광판에도 월드컵 중계료를 요구하고, KBS는 SBS와의 협의 없이 오락 프로그램에 월드컵 장면을 썼다가 SBS와 시비가 붙었다. 마치 대목 맞은 식당이 밥값을 올리듯 월드컵 TV 광고료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뛰었고, 그 광고료를 낸 기업들은 자신들의 응원방법을 홍보하며 브랜드 광고에만 급급하다.

비싼 중계료와 광고료를 냈으니 수익을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최소한 대중의 감동을 지켜주는 선은 돼야 하지 않을까. 월드컵과 관련한 방송사와 기업들의 행동은 마치 대중은 그들이 뭘 하든 월드컵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0년 월드컵의 분위기는 분명히 2002년과 다르고, 한국과 그리스전의 시청률은 지난 월드컵 한국전의 통합 시청률보다 낮았다. 한국인의 반은 이 경기를 봤지만, 나머지 반은 보지 않았다.

대중은 더 이상 월드컵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열광하지는 않는데, 방송사와 기업들은 대중의 마음보다 이익에 먼저 신경 쓴다. 물론, 그래도 사람들은 월드컵을 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박지성의 환호와 정대세의 눈물 때문이지 월드컵 시청자 게시판까지 닫아놓은 방송사의 처사 때문은 아닐 것이다.

월드컵은 돈잔치다. 하지만 그 돈을 내는 사람들은 결국 월드컵을 보고 감동한 시청자들이다. 최소한 그들의 기분은 잡치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으로 SBS가 수익을 낸다면 한국 국가대표팀과 정대세 선수에게 감사 인사라도 보내기 바란다. 월드컵에서 정말 잘 하고 있는 건 바로 그들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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