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으로 'KB금융+우리금융'의 합병이 유력 시나리오로 떠오른 데 대해 증권가에서는 냉랭한 반응이 잇따랐다. 이 조합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16일 증시에서 KB금융은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내다팔면서 주가가 전날보다 2.83% 빠진 4만9,740원으로 마감했다. 물론 우리금융을 놓고 KB금융과 라이벌 관계인 하나금융지주도 1.21% 하락했지만, 신임 CEO를 맞게 된 KB의 하락폭이 더 컸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반면 어떤 형태로든 합병 가능성이 높아진 우리금융은 3.29% 상승했다.
신임 회장 내정으로 경영권 공백이 메워지게 됐음에도 불구, 이날 KB금융의 주가가 하락한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어 회장 내정으로 우리금융 합병 시나리오가 유력해진 데 대해 외국인의 부정적 시각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증권가에서도 'KB금융+우리금융'보다는 '하나금융+우리금융' 조합의 시너지가 더 크다고 판단해왔다.
하이투자증권 심규선 연구원은 "KB+우리의 조합은 은행 부문의 경우 중복점포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등 국내 영업 측면에선 대형화를 통한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합병 과정에서 정부 지분율 상승에 따른 관치금융 가능성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성병수 연구원도 "KB+우리식의 메가뱅크는 비은행 부문 성장에는 긍정적이지만 은행은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주식 교환을 통한 대등합병 방식이 유력한데 시너지가 크지 않으면 주가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와 증권도 "KB금융과 우리금융간 고객 기반이 상당부분 겹치고 회사 내 강력한 노조와 정부 영향으로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이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B금융+우리금융' 조합은 은행권 재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외환은행의 경우 강력한 인수자가 사라져 매각가격 하락과 일정 지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